일상을 포착하는 능력
삶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항상 우리는 삶을 유지하는 것에 둘러쌓여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삶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엇 보다도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 가장 강력한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한다, 안한다는 것이다.
못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능력의 부족이 문제가 될 것이고, 안한다라고 하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축복중에 하나인 호메오타시스 (Homeotasis ; 항상성)가
그 주된 이유일 것이다. 사실 매사 모든 일을 하나하나 기본부터 새로이 인식하며
생활한다는 것은 얼마나 저주일 것인가. 그런 면에서 망각 또한 축복이라 불릴 만
할 것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는 망각을 축복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억력이 좋은 것이 축복이기는 하겠지.
그렇지만 지금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삶을 유지하는 것의 인식의 문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인식은 수도자들이 수행을 하면서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일상에서도 약간은 맛 볼 수 있다. 수 십 년 전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해 주시던 하얀
쌀밥 (혹은 잡곡밥 이라도 좋다.)에 된장찌게의 맛을 기억하는지? 그 때는 놀기가
바빠서 맛도 모르고 먹었던, (때로는 밥 안먹는다고 떼 쓰다가 결국 한 끼 금식형을
받기도 했었지만) 맛이었는데, 혹시 지금 딱 한 번 만이라도 그 때의 그 맛을 보고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었는지? 아니면 매일매일 지하철이나 버스로 출퇴근하면서
지나다니던 길인데, 어느날 아침 출근길에 창밖으로 바라본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아름다워서 더욱 낯 선 정경을 본 적은 없었는지? 혹자는 이런 것을 깨달음의
순간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오늘 당신이 당면한 깨달음의 순간은 그러면 무엇인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가?
그 순간에 느꼈던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 혹은 소매치기를 쫒다가 포기하는 순간의
그 사람의 허탈한 표정에 대한 때늦은 연민 혹은 증오인가?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은
당신의 것인가? 혹은 그 객체의 것인가? 일러한 생각을 하고있는 당신의 마음속에
회전하고 있는 코스모스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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