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 전경
어쨌든 내 나라는 아니지만, 현지에 있다보니 프랑스의 소요사태의 실상에 대한
여러가지 전경이 보인다.
분명히 시위의 시작은 상원에서 정년퇴직 연령의 연장과 연금수령 시작 연령의 연기를
골자로 한 연금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재 확대된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입장들은 모두 제각각 다르다.
우선 파리 인근에서 이민자와 저소득자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북쪽의 생드니, 방리유
지역이고, 신도시 개발을 하다가 실패로 끝난 파리 서쪽 라데팡스 인근의 낭떼르 지역도
신도시의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는 주요 거주지역이다. 현재 파리 인근에서 초등학교를
불태우고,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전복시키고 방화하고, 민간 가게를 습격해서 물건을 절도
하거나 하는 지역은 이 지역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입장은
연금법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알제리 및 아랍권 이민자들이 많은 이 지역 주민들은
현 대통령 니콜라 사쿠지가 내무장관 시절부터 외국인 이민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이고
강압적인 이민자 반대 정책을 지속해 온데 대한 반발이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이 지역의
현 이슈는 사쿠지 대통령에 대한 증오, 현 배타적 이민정책에 대한 반대이지 연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프랑스는 최소한 이민자들에게 기회의 땅은 아닌 것이다.
더불어서 지난 주 초부터 시위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학생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이들은
정년의 연장이나 연금지급시기의 연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걱정은
정년 연장에 따른 일자리의 축소, 이에 의한 젊은 계층의 취업률의 하락이다. 이 이슈로
인해 다음주 투상 가을 방학을 앞둔 파리시내 대부분의 고등학교, 대학교들이 문을 닫았거나
(학생들이 바리케이트를 쳤다.) 제한적인 수업을 하고 있다.
또한 정유사 및 유류운송업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유류부족사태도 심각하다. 전국 12000
여개의 주유소중 약 1/4 이 정유운송 지연으로 인해, 보유연료가 바닥나서 문을 닫았으며,
금주 화요일 사쿠지 대통령이 파업중이 정유소와 유류저장소는 파업을 풀라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12개 주요 정유소 중 3개만 유류저장소의 파업을 풀었다. 휴가가
인생의 큰 즐거움인 프랑스 사람들의 속성으로 미루어 볼 때 다음 주 투상 방학기간 중
바캉스를 떠나는 차량들은 주유가 다음 주에는 정상화 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치가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 이들 정유소나 유류저장소, 유류운송업자의 모토는
임금의 인상이다.
주위의 몇몇 프랑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현 상황에 대한 프랑스 대중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말을 옮긴다. '정부가 정년을 연장하고, 연금수령 연령을
연장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라는 것은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법령화 하는 과정에서 이해집단과 충분히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현재 시위의 이유는 피치못할 법령의 제정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법이라면 사전에 이해집단과 충분한 대화와 협상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견으로 미루어 볼 때 신문지상에서 프랑스 인의 79%가 시위에 찬동한다는 설문의
골자는 법안에 대한 이견이 아닌 법안 추진 절차에 대한 불만족에서 왔다라고 생각된다.
프랑스의 이방인(에뜨랑제-프랑스에서 이민자를 호칭하는 단어입니다.)이자 한국인으로서는
이해는 가지만 100% 동의하기는 어려움이 있는 사고방식이다. 금주(오늘)까지 상원에서
법안 최종안이 통과되고 다음주 월/화중 사쿠지 대통령이 최종 서명을 하면 법안은
제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고, 프랑스 최대의 Trade Union
(무역노조) 은 최종 법안 통과 이후인 10월 28일과 11월 6일에도 전국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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