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뻔한 실수가 계속되는 이유
어이없는 실수를 가슴 치며 후회한 경험은 누구나 있다. 훌륭하다고 알려진 경영자라고 많이 다르지 않다. 심지어 전쟁이든 사업이든 실수 덜한 편이 이긴다는 얘기도 있다. 어쩌다 하는 실수고 `운수 소관`이면 잘되는 날도 있으니 다행이나, `인간이기에 늘 저지르는` 체계적인 실수라면 얘기는 다르다. 늘 반복되는, 남들도 하는 실수니까 줄이면 경쟁에서 이기고 돈을 번다.
인간행동에 대한 연구들은 의사결정의 체계적 오류를 실험적으로 밝혀 왔다. 첫째, 사람들은 자기 능력이나 처지를 잘못 파악하는 때가 많다. 사람 마음이 약해서 자기 한계나 약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의 현실에선 더 심각하다. 자기 회사 한계를 잘못 얘기하면 "우리가 어디가 어때서 그런 약한 소리냐"는 핀잔과 함께 충성심을 의심받는다. 둘째, 일을 하면서 자신이 생기면 `내가 하면 된다`고 믿게 된다. 처음엔 별로라고 여기던 사업계획도 계속하면 남보다 많이 알게 되고 애착도 생긴다. 남들이 반대하는 것은 잘 몰라서 하는 얘기로 들린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확신을 공유하면 `사소한 문제`는 운 때문이고, 불운은 반복되지 않는다는 `통계적 확신`도 끼어든다.
셋째, 안되는 일은 과감하게 접어야 손해를 줄이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중단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고, 하다 보면 약이 올라서 `될 때까지`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매몰비용은 잊어야 한다는 경제학의 가르침은 남 얘기가 된다. 기껏 일을 벌여 놓고 `잘못된 일`이라고 접어서 책임을 지느니 어떻게든 버텨보다 슬쩍 피하려는 꼼수가 끼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손해는 커진다.
넷째, 문제를 편하게 자기 방식으로 보려는 경향이다. 복잡한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전체적으로 보려면 피곤하다. 성공한 경험이 있으면 자꾸 복잡하게 더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그러나 익숙한 생각의 틀과 과거 경험에 대충 갖다 맞추려들수록 나오는 답은 빤하고 주변의 경쟁자, 눈앞의 소비자만 쳐다보면 전혀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놓치게 된다. 다섯째, 자기 생각에 맞는 것만 보고 들으려 한다. 경쟁자가 잘못해서 매출이 늘었는데 자기가 우겨댄 엉터리 전략이 먹혔다고 착각하는 경영자도 있다. 말로 먹고사는 사람은 많아서 듣고 싶은 얘기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더 큰일이다.
이런 잘못을 줄이려면 어찌해야 할까? 잘못과 약점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약한 마음을 넘어서면 된다. 상황을 직시하고 더 많은 가능성을 생각해 보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과거의 성공을 넘어서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더 넓게 다양한 조언을 (싫은 소리까지) 들으려면 겸허함이 필요하다.
물론 어렵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면 이미 대단한 실력이고 `내가 용기가 없다`고 사표를 내는 훌륭한 경영자는 드물다. `몸을 던지는 참모` `애정 어린 조언`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애써 얻은 자리니 누리려 들면 혹은 더 큰 꿈을 위해 당장은 움츠리고 말면 듣기 좋은 말만 활개를 친다. 임기가 빤한 `불우한 지도자` 앞에선 실리가 걱정이고 평생 임기인 `소유 경영자` 앞에선 찍힐까 걱정이라면 더욱 심각하다. `최고 인재`도 `전문가 위원회`도 아무 소용없다.
내용 있는 논의가 가능한 여건은 최고경영자가 만들어야 한다. 몸을 던져 반대할 참모도, 묵묵히 뜻을 받들어줄 인재도 최고경영자가 찾아야 한다. 꼼수와 침묵을 뚫어보고 바로잡는 노력, 스스로 잘못과 한계를 인정하는 용기도 마찬가지다.
지금 나는, 우리 회사는 어떤 실수를 하고 있을까? 남 탓, 세상 탓 할 시간에 같이 고민해 보면 어떨까?
[박찬희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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