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7일 화요일

전민희 데모닉 중간 독후감

셰익스피어는 1616년에 사망했다.
그러나 그의 글은 이후 현재까지 아직도 탁월한 영어문학작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문체는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대체로 산만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아름답다.
왜 아름다우냐 하면, 그 묘사에는 인간의 내면의 심성이 거울처럼 비취고 있고,
그 글의 종지는 아름다운 아침 이슬이 흘러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희극속의 날카로운 유머는 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사람들의 무릎을 탁 치게 하고
비극속의 애절한 통곡속에는 인간 공통의 고난과 슬픔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정연히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민희의 데모닉은 셰익스피어의 문체를 틀림없이 닮았다.
사변스런 묘사 속에는 인간의 내면을 조금이나마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 아로새겨져 있고,
변덕스런 상황전개속에는 암굴속의 거미줄과 같은 복선이 첩첩이 숨어있어 숨은그림찾기 놀이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한 문체는 셰익스피어 건 전민희 건 당연히 고대 그리스 시가의 문체에 시원한다.
그러한 고대스런 문체는 환상스런 이야기들의 묘사에 참 잘 어울린다.
마치 함부라비 법전의 내용을 해석해 보니 소가 몇 마리 양이 몇 마리라는 내용이어서, 고대의 인간과 현재의 인간간에 너무나 인간적인 공통점을 발견하여 감탄스럽다 못해 허탈한 느낌까지 들게되는 것과 같다고 할까?
아마 고대 시가와 세익스피어의 글 간은 르네상스 문학이라는 역사적인 은하수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체적으로 세익스피어와 전민희를 이어주는 은하수는 또 누구 혹은 무엇일까?
르귄의 글은 단 하나밖에 읽어보지 않았지만, 나는 그를 강력한 가교의 후보자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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