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사건의 한 가운데 들어서는 경험은 굉장히 드문 것일거다.
지난 주 금요일 정말 우연히 그런 사건 한가운데 들어가 있었다.
약 2주간의 출장 일정을 마치고, 마드리드에서 파리로 돌아오기 위해 마드리드 Bahajas 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30분 정도였다. 비행기가 저녁 8:30 비행기였기 때문에 시간이 좀 있었다. 그래서 체크인을 하지 않고 공항 구석자리에 가서 책을 펴 들었다. 피로도 하였기 때문제 좀 졸기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약 30분 후 공항의 분위기가 조금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별도의 luggage 가 없었기 때문에 예약된 IBERIA 항공사의 자동 체크인 기계를 조작해서 항공권만 발권받아서 들어가려고 기계를 조작하는데, 아무래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Iberia 항공 카운터에 줄을 서서 체크인을 하려고 하는데... 줄이 도무지 줄어들 지 않는 것이었다. 다시 자동발권기를 시도해 보았는데, 시도하는 도중에 뭔가 방송사 카메라 같은 것이 내 뒤에서 찍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이 뭔 사건? 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처음 느낀 것이 이 때였던 것 같다. 다시 항공사 발권카운터에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다른사람이 자동발권기를 조작해서 티켓을 받아내는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무도 발권을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항공사 발권카운터 줄도 전혀 줄어들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방송사 카메라는 점점 더 늘어가고... 공항내의 여행자 인파도 점점 늘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페인 법인 이상찬 차장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지... 그 때 까지만 해도 이차장은 별다른 일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다 잠시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공항관제탑이 파업을 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때가 시간이 오후 6시를 좀 넘었을 때 였는데, 일단 한두시간 이후에 정상화 될 수 있으니 일단 이베리아 항공 발권 카운터에서 티켓을 바꿔두라는 조언이었다. 안전하게 하려면 익일 (토요일) 아침 오전 10:00-12:00 정도 출발하는 티켓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업문화가 번성한(!) 프랑스에 있어서 그런지 파업대처 본능이 그렇게 빨리(?) 해결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곽기호 부장과 잠깐 통화를 해 봤더니, 공항 관제사들이 스페인 정부에서 공항 민영화 방침을 당일 오후에 발표하자 마자, 개인 병가 등등을 핑계로 하나하나씩 퇴근을 해 버려서, 현재 관제탑 요원들이 없어 비행기 출발 도착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안으로 기차로 파리로 돌아가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프랑스 법인에 전화를 해 보았더니 파리를 중심으로 내린 눈과 한파로 인해 로아르 쪽, 일드 프랑스 바깥쪽으로 출장갔다가 기차로 파리에 돌아와야 하는 사람들오 철도 통제로 파리로 못 돌아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야간 13시간 특급으로 파리로 돌아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예상을 하기를 하루만에 원상복귀는 하기 힘들 수 있겠지만, 이틀정도면 복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일요일 저녁편 에어프랑스 항공을 예약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은 한국에서 온 출장자가 현지 문화체험활동 답사를 하기로 하였던 것에 join 하기로 하였다. 덕분에 가이드 붙여서 똘레도와 프라도 미술관을 다시 잘 구경하였다. 그러면서 공항쪽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체크를 하였다. 스페인 정부에서는 사상 초유의 황당한 관제사 파업에 대처하기 위해 1975년 프랑코 정권 붕괴 이후 처음으로 국가비상사태(state of alarm)를 선포하였고, 관제사들이 업무로 복귀하지 않으면 구금 및 징역을 살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더불어 현재 스페인 경제위기로 인해 스페인 근로자 평균 급여 수준의 4-5배에 달하는 관제사들의 임금 (연봉 42만 유로 수준) 을 삭감해야 한다는 고삐를 죄었다.
다행이 일요일 오후 6시에는 모든 것이 정상화 되어 나는 무사히 파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일요일 아침 10:00 부터 공항에 나가서 사태를 지켜보면서 하루종일 공항에서 보내기는 했었지만.... 아이들이 내가 파리로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덕에 잘 돌아오게 된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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