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5일 화요일

분별없는 선교지상주의는 도그마일 뿐

또 해묵은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여권법 시행령에 외국에서 국위를 손상한 자에 대해 여권 발급 또는 재발급을 제한한다는 조항을 넣기로 한 데 대해 개신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해외선교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종교의 자유가 양도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재외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 또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연전의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사건’을 우리는 악몽처럼 기억한다. 여행제한지역인 예멘 수도 한복판에서 위험천만한 거리 설교를 벌여 국민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것은 바로 지난달 일이다. 개신교인으로서는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보람이요 사명일 터이다. 그러나 많은 이슬람 국가들은 모든 선교를 금지하고 있다. 종교를 전도하거나 집회를 열 땐 현장에서 곧장 체포할 수 있다. 언제까지 이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려 하는가. 선교자유 제한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기 전에 과연 현지법을 지키며 합리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 독선은 또 다른 독선을 낳는다. 우리는 왕조시대 천주교 혹은 불교가 부모도 국왕도 모르는 무부무군(無父無君)의 종교로 배척받은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도무지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작금의 선교 행태가 개신교로 하여금 ‘국가는 안중에도 없는 종교’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신적 오만에 가까운 무분별한 이슬람권 선교는 자제돼야 마땅하다.
아프간 피랍사건 이후 개신교계는 해외선교 방법론에 대해 나름의 성찰을 보였다. 그러나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번에 손질한 여권법 시행령은 그처럼 완고한 현실을 반영한 고육지책이다. 일각에선 이슬람 국가에서 추방당하는 선교사는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양심이나 사상의 자유라는 것도 ‘시장’이 있을진대 그것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분별 없는 선교로 국익이 심대하게 손상된다면 여권 제한은 물론 일본의 경우처럼 구상권까지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2011-02-16  31면

2011년 2월 14일 월요일

매력 잃어가는 유럽 다문화 주의


European Pressphoto Agency
Riot police contain a march by members of the English Defence League, who were demonstrating against radical Islam in Luton, north of London, on Saturday.
런던 – 런던의 버려진 공업 단지 내 이슬람 사원을 축출하려는 지방 의회의 노력이 다문화주의를 용인했던 영국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영국 총리는 다문화주의가 거부되어야만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지난 토요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의 발언은 수십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민이, 자국내 테러에 대한 공포와 지역 문화의 붕괴를 초래한 이후, 최근 몇 년간 다수의 유럽국가들이 이를 억제하기 위해 취한 일련의 움직임 중 가장 최근 조치이다.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유럽 국가들은 외국인 혐오 정서를 부추기거나 혹은 터키와 같이 유럽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국가의 국민들에게 소외감을 안겨 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에서 유입되는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주 독일에서 있었던 테러리즘에 관한 연설에서, 캐머런 총리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자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자유주의”를 요구하며, 왜 영국이 이들을 관용하고, 서방의 가치를 따르지 않는 단체에 재정지원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일례로 캐머런 총리는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고, 고립주의를 전도하는 단체들에 대해 언급했다.
런던 동부에서 일어난 언쟁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이번주에 열린 공청회에서 지역 운동가들은 타블리기 자맛 이슬람 단체의 영토 사용권 재허가는 철회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운동가들은 이 단체가 여성이 예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또한 이들의 교리가 테러리스트를 고무시키고, 대중사회로부터 고립될 것을 설교한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지역 단체인 뉴함 컨썬의 대표 알란 크레이그는 “타블리기 자맛은 이 지역의 통합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사실 그들은 통합의 반대만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슬람 사원의 관계자는 이슬람 사원은 “이슬람 공동체로 들어오는 사람을 환영”하며, “어떤 형태로도 테러리즘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슬람 교도인 타히르 사이예드씨는, 화려하게 장식된 지역 타운 홀의 빅토리안 토론실 밖에서서, 이러한 충돌과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대 움직임은 이슬람교가 점점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유럽 정치인들은 지난 몇년간 다문화주의에 대해 반대론을 펴왔다. 다문화주의란 한 사회 속의 각기 다른 그룹들이 각자의 문화적 정체성을 따를 수 있도록 장려해야한다는 개념이다.
다문화주의를 비판하는 유럽의 비평가들은 이주민 통합의 실패가 결국 유럽 안팍에 그 지역의 언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며 기본 기술도 부족하고, 복지 시스템에 방해물이 되는 세대를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한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 내 실업율 증가가 이러한 논쟁을 더욱 격화시켜왔다.
지난 10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수상은 독일의 다문화주의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2009년 11월에는 스위스 유권자들이 이슬람 사원에 새로운 첨탑 건설을 금지하는 조항을 승인했다. 또한 작년 9월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여성들이 전통복장인 부르카를 비롯해 온몸을 가리는 가운을 입는 것을 금지시켰다.
같은 달 수십년 간 다문화주의의 등불이라 자처했던 스웨덴에서도, 반이주정책과 반다문화주의 캠페인을 벌인 민주당이 총선에서 5.7%의 득표율을 얻기도 했다.
스웨덴 민주당의 초선 의원 중 한명인 켄트 에커로쓰 의원은 “스웨덴 사람들이 일부 도시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곳이 고향이라고 느끼지 않으며, 그 곳은 더이상 스웨덴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다문화주의 대신에, 유럽 전체에 걸쳐 정치인들은 최근 이민자들이 완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의무적인 언어 과정 등의 정책을 통해 통합을 이룰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 북서부 지방에 위치한 번리지역에 거주하는 아푸 챠우더리씨는 도서관과 법원, 정부 기관의 문서들에 점점 번역이 사라지는 등, 이미 다문화주의를 억제하는 노력들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노스 웨스트 잉글랜드에서 발생한 인종 폭동 이후, 노동국은 통합의 분위기를 향상시키고 새로 이주한 사람들이 우선적인 대우를 받을까 우려하는 장기 거주자들의 걱정을 완화하기 위한 일련의 변화된 조치를 시행했다. 정부는 미국의 기념식을 본따 시민권 축하행사를 시작했다. 그 행사에서 새로운 영국 시민은 여왕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2009년에는 의회에 현 주민들에게 국가에서 제공하는 집을 우선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있는 재량권을 주었다.
최근 몇년간 프랑스는 이민자와 프랑스에 체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의무적인 언어 교육 과정을 마련해왔다. 이 과정은 여성의 권리와 프랑스의 역사적인 개요 등 “프랑스의 가치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정의 말미에 참가자들은 프랑스의 가치관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으며, 그들의 가치관을 따르겠다는 서명을 해야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같은 조치를 신중히 취해야 할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 정체성 이슈에 대해 캠페인을 벌였던 니콜라스 사르코지는 이민-국가정체성부를 출범시켰고, 프랑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련의 공공 토론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외국인 혐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사르코지 대통령은 토론회를 중단 시켰고, 부처 이름에서 “국가정체성”이란 단어를 삭제했다.
타히르 사이예드씨는 다문화주의를 향한 캐머런 총리의 공격이 비교적 관용적인 유럽 국가들의 이슬람에 대한 관용적 태도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이슬람교도들은 자신들이 사회에 통합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이슬람교도의 77%는 자신이 “매우 강력하게” 영국에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상대적으로 비 이슬람교도들은 50%만이 그렇게 생각했다. 또한 독일 이슬람 교도의 40%는 독일에 동질감을 가지고 있던 반면 독일 일반 시민의 경우 32%만이 그와 같은 동질감을 나타냈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발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1987년에 EU에 가입 신청 했었으며, 영국이 세속적인 이슬람 국가로 EU 가입을 지지하는 터키에서는 유럽의 정치인들이 터키의 EU가입에 반대하며 발표한 성명이 전국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각국 성명에 대해 이스탄불 아날리스틱의 정치 분석가 아틸라 예실라다는 “EU가 과연 회원자격에 진실된 태도를 보여왔는지에 대해 점점 의문이 커진다”고 말했다.

극히 일상적인 아침의 소리들

새벽 다섯시를 알리는 핸드폰 알람소리
아직 잠든 아내와 아이들 숨소리
내가 하루를 시작했다는 의지를 알리는 '탁'하고 화장실 불켜는 스위치 소리
세면대 물소리
어렴풋이 들리는 아내가 부엌으로 들어가서 내는 아침 소음
아침의 리프래쉬를 위해 주스를 찾아 냉장고 문 여닫는 소리와 주소 따르는 소리
무선 전기 주전자 물 끓는 소리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하는 큰 딸 화장실 들어가는 소리
'다녀오세요'라고 다정히 인사하는 아내와 큰 딸의 아침인사 소리
엘레베이터 움직이는 소리
출근차량 엔진 시동소리
지하 주차장 자동문 열리는 소리
사무실 들어설 때 안전키 열리는 '삐' 소리
친절하게 나누는 아침인사 소리 ' Bon Jour!'
이른 아침 청소하는 분들 전기청소기 돌리는 소리
CDG공항에 오고가는 비행기 엔진 소리
직원들 열심히 불어로 전화 통화하는 소리
키보드에 타이핑 하는 소리
사무실 복도에 오가는 발자국 소리
사무실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

2011년 2월 12일 토요일

통기타, 다시 청춘의 감성을 흔들다


» 홍대 인근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기타를 배우고 가르치는 젊은이들. 왼쪽부터 신윤주, 박미령, 김종빈씨.



20~30대 여성에 인기…슈스케 2 이후 ‘따뜻한 울림’에 끌려
공원에 자리를 잡은 젊은 남녀가 주섬주섬 꺼내든 건 통기타. “돈 기브 업 투 러브~”(don’t give up to love) 둘은 자연스럽게 화음을 맞추기 시작한다. 최근 방영중인 20대를 타깃으로 한 커피 광고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엠넷 <슈퍼스타 케이(K) 2>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도 통기타다. 장재인을 비롯해 김지수·강승윤·김그림이 기타를 메고 있지 않았다면 ‘신데렐라’의 어쿠스틱 하모니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게다.
파릇파릇한 21세기 청춘들이 통기타를 들고 있다. 티브이나 영화 등 영상매체를 통해 친근해진 통기타를 직접 배우려고 나서는 것이다. 요새 낙원상가에선 초보자들이 주로 쓰는 10만원대 기타가 동이 날 지경이란다. 인터넷엔 아이유나 서현 등 연예인들이 들고 나온 기타 모델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가득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주요 문화소비층인 20~30대 여성 기타 인구의 증가 추세다. 놀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요즘 청춘들에게 통기타는 어떤 ‘맛’일까.
통기타 치며 밤새 노래를 부르는 건 아저씨 문화 아니었던가. 지금 통기타를 배우는 이들에게 이는 꼭 해보고 싶은 ‘로망’이다. 올 1월부터 서울 홍익대 인근 문화기획집단 ‘상상공장’이 마련한 통기타 강좌를 듣고 있는 직장인 강동옥(26·여)씨도 통기타를 치는 건 그저 꿈이었을 뿐이다. 그를 행동에 나서게 한 이들은 통기타를 든 여성 뮤지션들. 티브이에서 통기타를 치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라고 못할쏘냐” 용기가 생겼다. 실력이 쌓이면 명동같이 사람 많은 곳에 나가 ‘버스킹’(길거리 공연)에 도전하고 싶다.
통기타 반주에 노래를 불러본 이들은 특별한 ‘희열’이 있다고 말한다. 대학생 신윤주(20·여)씨는 노래방 기계음이 아닌 통기타 선율에 맞춰 노래 부르는 게 좋다. “기타 음색이 제 노래 실력을 커버해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수들처럼 노래를 하지 못하더라도 즐길 수 있죠.” 남자친구에게 이벤트를 해주기 위해 기타를 잡았던 직장인 이정희(31·여)씨도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는 ‘맛’을 알아버렸다. 학원을 찾아 두달간 손가락이 ‘피 터지게’ 연습해 영화 <원스> 주제곡 ‘폴링 슬롤리’(Falling slowly)를 마스터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기타로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제대로 배워서 더 어려운 곡도 치고 싶죠.”
초보자들 울리는 ‘마의 F 코드’





품에 쏙 안고 연주해야 하는 통기타는, 때론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가 된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강애진(26·여)씨는 기타를 안을 때 그 기분이 참 좋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게 취미였는데, 취미가 직업이 돼버리니 재미가 없더라구요. 스트레스 해소책을 찾는 중에 모델 장윤주씨가 기타를 들고 찍은 화보를 봤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기타를 치면서 누구와 경쟁할 것도 아니고 그냥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피아노를 먼저 배웠다는 싱어송라이터 한희정씨는 곡 작업을 할 때 주로 기타를 이용한다. “소박함·소소함이 있어요 일상의 느낌이 나서 간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죠.”




물론 통기타를 배우겠다는 결심과 포기가 반복되면서 기타 입문곡 중 하나인 ‘등대지기’만 2년째 연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진·자전거·필라테스 등을 두루 섭렵한 ‘취미계의 얼리어답터’ 직장인 박아무개(32·남)씨는 지난해 가수 아이유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우머나이저’(Womanizer)를 통기타 버전으로 부르는 동영상에 필이 꽂혔다. 기타를 치면 연애도 수월할 거란 기대감에 낙원상가로 달려가 아이유가 쳤던 기타와 같은 브랜드 제품을 샀다. 학원에 갈 엄두는 도저히 못 내고 동영상 강의를 보며 독학을 시도했으나 도통 실력이 늘지 않아 지금은 포기한 상태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통기타 세계에 발을 디딘 이들을 좌절케 하는 첫 관문은 ‘마의 에프(F) 코드’. 검지손가락으로 6줄을 다 눌러야 한다. 연습 또 연습 이외에는 에프 코드를 짚는 비법이 따로 없다. 이렇게 ‘손맛’으로 만들어내는 따뜻한 소리는 통기타의 큰 매력으로 꼽힌다. 와이티엔(YTN) 전진영 아나운서는 3개월째 통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매 순간이 포기의 고비였 다고 한다. “굳은살이 박이기 전까지 손가락이 아프고 힘들어요. 그래도 치면 칠수록 처음엔 안 나던 소리도 나고, 그걸 듣다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져요.” 통기타를 들고 나와 자작곡 ‘위드유’를 불러 지난해 엠비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인세(23)씨는 고교시절만 해도 비트 강한 메탈음악을 좋아했다. 그러나 점점 전자음이 들어가지 않은 소리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울림이 좋아요. 좋은 통기타는 침대 위에 앉아서 줄 하나만 튕겨도 소리가 곱거든요.”
기타 닮은꼴 우쿨렐레도 인기
통기타의 높은 벽에 부딪쳐 ‘우쿨렐레’를 찾는 이들도 있다. 하와이 민속악기인 우쿨렐레는 4줄로 돼 있어 6줄짜리 기타보다 배우기 쉽고, 크기도 훨씬 작다. 오카리나·젬베 등에 이어 요즘 ‘대세’ 악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네이버 카페 ‘우쿨렐레속 행복’ 회원 수는 수백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통의동에 위치한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는 직장인 김현정(27·여)씨는 지난해 작은 손 때문에 통기타 배우기에 어려움을 겪다 우쿨렐레를 발견했다. 깊은 울림은 없지만, 노래 반주가 가능하 고 발랄한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가벼운 만큼 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휴대성과 앙증맞음이 큰 매력이다. 이 때문에 마니아들은 마치 애완견 다루듯 우쿨렐레에 애칭을 붙여 부르기도 한다. 두살 난 아이에게 전자음 나는 장난감 대신 악기를 사주고 싶어 지난해부터 우쿨렐레를 시작한 이대흥(31·남)씨는 현재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악기에 흠집이라도 날까봐 아이가 만지려고 하면 막아선다. 그에게 우쿨렐레가 선물한 건 여유다. “일상에 치이다 보면 누구나 아름다운 섬으로 떠나 유유자적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우쿨렐레를 치는 순간만큼은 하와이에 있는 듯한 환상에 빠져요.” 우쿨렐레는 20~30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 10살짜리 딸과 함께 우쿨렐레를 배우는 엄윤섭(44·남)씨는 “옛날부터 아이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는데, 우쿨렐레는 애들도 할 수 있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우쿨렐레 강좌 수강생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하모니
따뜻한 손으로 연주하기 때문일까. 통기타나 우쿨렐레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 지난달 21일 금요일 밤. 홍대 앞 거리에서도 가장 혼잡한 곳에 위치한 카페 ‘언플러그드’ 안은 바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20~30대 남녀 2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차를 홀짝거리며 통기타 공연을 감상 중이다. 밤 12시가 훌쩍 넘어서니 어느새 통기타 여러대가 협연을 하기 시작한다. 이들이 내는 하모니의 울림은 공간을 꽉 채운다. 이날 무대에 오른 이들은 이 카페의 기타강좌 수강생과 노래하고 싶어 찾아온 통기타 음악인이었다. 10여년 전 통기타 동호회에서 만난 주인장 세명이 3년 전 의기투합해 차린 이 카페는 책을 접할 수 있는 북카페처럼 차를 마시며 통기타를 쳐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다행히(?) 각자 하는 일이 있는 주인장들 덕에 이곳은 가게라기보다 통기타 애호가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1년 전부터 이 카페에 드나들었다는 통기타 음악인 이재훈씨는 “여기서 만난 다른 이들과 의기투합해 거리공연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6개월간 통기타를 배운 뒤 지난 연말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공연을 했던 박미령(23·여)씨는 준비과정이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혼자 연습하면 지루한데 서로 조언을 해주다보니, 끈끈한 유대감이 생겨났다.
청춘들이 다시 통기타를 드는 현상은 현재 주류 음악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감수성 가득한 음악에 대한 목마름을 반영한다. 강동옥씨는 “어릴 땐 유재하 음악 듣고선, ‘뭐야~’ 싶었는데 20대가 넘어서 다시 들으니까 뭔가 (가슴에) 팍 오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인디 음악계에는 소소한 일상을 통기타 하나에 담아내는 싱어송라이터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거리공연팀도 크게 늘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 오랫동안 주변부에 밀려 있었던 포크음악이 다시 대중들 곁으로 오는 것일까. 엠아르(MR)를 제거하지 않아도 목소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간 음악,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내는 하모니에 청춘들의 귀가 열리고 있다.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 낭만 돋는 ‘작업송’
사랑고백 노래는 이벤트계의 고전이다. 비교적 쉽게 기타를 치며 부를 수 있는 ‘작업송’을 꼽아봤다. 이 노래들은 인터넷에서 악보나 동영상 강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이슨 므라즈 ‘아임 유어스’(I’m yours)
통기타·우쿨렐레 초보자들의 로망인 곡. 가사가 감미롭다. 코드보단 빠른 영어 가사 익히기에 더 애를 먹는다고.
씨앤블루 ‘사랑빛’
코드 4개가 반복되는 게 특징인데 초보자들이 잡기 힘든 하이코드가 하나 포함돼 있음.
뜨거운 감자 ‘고백’
중간에 속도가 바뀌기 때문에, 주법을 한가지로 할 경우 원곡의 맛을 살리기가 어려울 수도.
10센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요즘 대세인 노래지만 꽤 연습이 필요하다. 오른손으로 줄을 쳐서 소리를 내는 퍼크시브 주법이 들어감.

구글도 보잉도 이 남자에게 리더십 배웠다

구글도 보잉도 이 남자에게 리더십 배웠다

마셜 골드스미스 박사의 좌우명은 ‘인생은 좋은 것(Life is good)’이다. 그가 세계 최고의 리더십 코치가 될 수 있었던 비결도 사람들에게 이런 긍정의 힘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미국 버클리대 MBA 과정 강의에서 파안대소하는 골드스미스 박사. 그는 평소에도 이렇게 박장대소한다. / 마셜 골드스미스 파트너스 제공
"내가 '하지만(but)'이라는 말은 절대 쓰지 말라고 했죠? 벌써 세 번째예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한 귀퉁이의 시끌벅적한 커피숍에서 만난 리더십 컨설팅 전문가 마셜 골드스미스(Marshall Goldsmith) 박사는 머리가 훤하게 벗어진 마른 체격의 할아버지였다. 그는 기자가 "하지만…"이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또 걸렸다!"라면서 박장대소를 했다. 공책을 꺼내놓고 직접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번에 10달러씩 벌금을 매길 테니 나중에 자선단체에 기부하세요."

"' 하지만'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하지만' 같은 부정적인 말은 은연중에 대화 상대방에게 '나는 맞고 당신은 틀리다'라는 인상을 주는 아주, 아주 안 좋은 버릇이에요.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잘못 중 하나죠.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그 버릇 고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는 기자에게 손권총을 날리면서 찡긋하고 윙크를 했다.

그에겐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미국 포브스와 영국 더 타임스는 2009년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사상가 15인'으로 선정했다. 구글과 보잉,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세계적인 대기업 120여개의 CEO와 임원들이 그에게 리더십 컨설팅을 받았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리더십 코치''수퍼코치(super coach)'라고 불린다. 1회 컨설팅료는 무려 25만 달러(2억8000만원).

Weekly BIZ가 만난 골드스미스 박사는 이런 명성과 권위를 시원하게 벗어 던진 사람이었다. 훤한 머리 스타일만큼이나 말이다. 그는 자신이 주장하는 말 그대로, '모조(mojo)'가 넘쳐났다. 모조는 흑인 토속종교의 주술(呪術)에서 유래한 말인데, 그는 '내면에서 솟아나 외부로 방출되는 긍정적 에너지'라는 뜻으로 썼다. 삶의 에너지가 그의 표정과 손짓, 말투에서 그대로 풍겨났다.

골 드스미스 박사는 오늘날 리더십 컨설팅의 방법론으로 자리잡은 '360도 맞춤형 피드백 프로그램(customized 360-degree feedback)'의 개척자다. 이는 경영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동료,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면접과 설문조사를 실시, 경영자 리더십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장기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훌륭한 리더·CEO 되는 비결… '하지만' 같은 부정적인 말하지 말고
"내 생각이 옳다"고 강요하지 말고 "이건 꼭 해야된다"고 말하지말라
그 는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데릭이란 경영자를 만난 적이 있다. 데릭은 내부 조사에서 직원들에게 제일 인기가 없는 리더로 꼽혔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밤잠 안 자고 뛰었는데, 날 싫어한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뭐가 문제일까? 그는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직원들을 지나치게 몰아붙였다. 걸핏하면 화를 내고 싫은 소리를 했다. "그는 일에 대한 열정과 진심을 직원들에게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어요. 사람을 존중할 줄 몰랐죠. 나는 이 부분을 코치해 줬죠. 이내 그의 태도가 바뀌었고, 훨씬 존경받는 경영자가 됐죠."

골드스미스 박사는 개인뿐 아니라 경영진 전체를 컨설팅해 주기도 한다. CEO와 임원들이 서로 반목하는 핵심 원인을 밝혀내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 의 리더십 컨설팅 철학의 제1원칙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자신을 변화시켜라"는 것이다. "주변 환경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화내지 마세요.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조직 속에서 행복을 찾으세요. 자신의 삶이 행복하고 의미 있어야 훌륭한 리더십이 나오고 회사도 좋아집니다."

그는 기업의 리더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지나친 자기 확신(self-confidence)'과 '자기 중심적 태도(too much ego)'라고 했다. "대부분 리더들은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신경도 안 써요. 이런 리더를 주변에서 어떻게 대하겠어요? 비위나 맞추면서 뒤에선 험담하겠죠. 오호, 당신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요? 나하고 내기 걸어 볼까요?"

골드스미스 박사는 "리더는 무슨 일을 하기 전에 '꼭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쓸데없는 지시로 불신을 키우거나 사기를 꺾고 자신의 리더십까지 망쳐버리는 걸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CEO와 리더들이 하는 말과 행동의 절반은 쓸데없는 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쾌하고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그의 조언은 얼음처럼 냉정하고 비수처럼 날카로웠다. 리더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그는 이런 조언을 했다.

"풍부한 일자리와 짧은 노동시간 등 부모 세대가 누려온 좋은 시절(good old days)은 절대 돌아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도중국의 저임금·고숙련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가난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열심히 일하는 1억명의 젊은이와 말이죠. 그들이 당신처럼 하루종일 TV 보고,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을 하면서 '세상이 썩었어'라고 불평할 것 같습니까? 그들이 미래의 당신 일자리를 뺏어 가도록 놔두지 마세요."


가부좌를 틀고 앉은 마셜 골드스미스. 그는 학창시절 불교 서적 400여권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불교 철학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의 리더십 철학 역시 상당 부분 불교 철학에서 영향받은 것이다. / 마셜 골드스미스 파트너스 제공
"CEO여! 웃음은 헤프게, 입은 무겁게 하라"
올해 61세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강연과 컨설팅을 위해 늘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산타페 인근과 동부인 뉴욕에 집이 있지만, 베이스캠프일 뿐이다. 일주일에 2~3일은 비행기를 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7 년 UCLA에서 조직행동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360도 맞춤형 피드백 평가 프로그램'을 창안하면서 리더십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딴 마셜 골드스미스 파트너스라는 CEO 리더십 코칭 전문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Weekly BIZ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만났을 때에도 그는 버클리대 강연을 왔다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녹색 셔츠에 카키색 바지를 입고, 커피숍 테이블에서 노트북PC를 펴놓고 있었다. 비서나 직원 한 명 없이 혼자였다.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은 그는 주변의 소음에 지지 않으려는 듯 큰 소리로 대화를 시작했다.

■리더가 인상 쓰면 모두에게 독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글로벌 대기업의 CEO와 임원들을 만나셨죠. 훌륭한 CEO들의 공통점이 뭔가요?

"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삶의 진정한 행복과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에요. 자기 일에 대한 성취동기가 높고, 다른 사람들을 탓하지 않습니다. 열정적·긍정적이며 진지한 동시에 힘이 넘쳤죠. 포드사 CEO인 앨런 멀럴리(Mulally)가 그랬고, 미국 걸스카우트 총재였던 프랜시스 헤셀바인(Hesselbein)도 그랬습니다. 나는 단 한 번도 이들이 불평하거나 풀이 죽어 있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리더에게 이런 긍정적 기운은 정말 중요합니다. 리더십의 요체라고도 할 수 있죠. 만약 회의를 한다고 칩시다. 리더가 기분이 나쁘고 계속 짜증을 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회의 자체가 무의미해지겠죠. 리더는 매사에 모두의 역할 모델이 되는 사람입니다. 리더는 다른 사람들과 일의 의미와 행복을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리더의 긍정적 기운이 훌륭한 리더십의 핵심이라는 말씀인가요?

" 맞습니다. 나는 이를 모조(mojo)라고 부르죠. '내면에서 우러나와 외부로 발산되는,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말합니다. 모조라는 개념은 '모든 것은 내 안에서부터 나온다'라는 제 개인적인 깨달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CEO와 임원의 리더십을 컨설팅했는데, 시간을 많이 들인 사람일수록 효과가 작고, 시간을 적게 들인 사람일수록 효과가 크더군요. 컨설턴트는 고객들이 변화하고 달라질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성과를 얻는 것은 고객들의 몫이라는 걸 깨달았죠. 즉 변화의 힘은 밖에서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나옵니다. 모조는 그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당신 내면의 힘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위대한 리더들은 하나같이 모조의 수준이 무척 높았어요."

골드스미스 박사는 지금까지 리더십에 대해 총 30권의 책을 썼다. 가장 최근 것이 ≪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 하는 20가지 비밀(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과 ≪모조(Mojo)≫다.

" 앞의 책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inter-personal)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반면 모조는 인간 내면(intra-personal)에 대한 것입니다. 리더가 자기 삶에서 행복과 의미를 찾아야 비로소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한다는 거죠. 이는 기업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예컨대 가정의 리더인 부모가 '행복하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면 아이가 어떤 메시지를 얻겠습니까? '나는 아빠에게 별 의미가 없구나. 중요치 않은 존재야'라고 생각하겠죠. 정말 끔찍하지 않습니까? 리더의 모조는 주변 모든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쓸데없이 제안하거나 지시하지 마라
―리더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뭡니까?

"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태도입니다. '내가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미신의 함정(superstition trap)에 빠지죠. 이는 심각한 위험성이 있습니다. 과거 한국 민항기가 산에 부딪혀 추락한 적이 있죠? 그때 부기장이 충돌 위험성을 알았지만, 기장의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서 그냥 넘어갔다고 하더군요."

리더가 이런 태도를 보이면 아래 직원들은 정반대의 모습이 된다고 한다. 조직 하부의 젊은 직원들은 자신감을 잃고 윗사람의 눈치만 본다는 것이다. 그가 버클리의 MBA 학생들에게 리더십 강의를 하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모조(mojo)… 내면에서 발산되는 '긍정의 힘'
CEO여 '활력'을 회사에 퍼뜨려라… 당신이 찡그리면 직원이 운다
당신이 미소띠면 실적이 오른다… 말 한마디에도 '웃음'을 담아라

"왜 당신은 리더의 자존심을 끌어올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리더들 대부분은 오히려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 문제니까요."

물론 CEO가 되려면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조직에 독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는 CEO에게 어떤 조언을 할까?

" 직원들에게 함부로 제안(suggestion)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바보가 CEO의 제안을 제안으로만 받아들이겠어요? CEO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명령입니다. 리더들은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하기 전에 반드시 '과연 이걸 할 필요가 있는가' 자문(自問)해 봐야 합니다. 특히 큰 기업의 CEO일수록 이 질문을 진지하게 반복하세요. CEO가 지시하는 일의 절반은 쓸데없는 일일 때가 많습니다. 절대로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그는 보통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중 상당 부분을 TV나 인터넷 서핑에 낭비한다고 했다. 또 대화 시간의 65%는 남을 헐뜯거나 흉보는 데 쓴다고 한다. 그는 이 이유가 '행동의 관성' 때문이라고 했다. 마치 좀비(zombie)처럼 아무 생각 없이 TV를 켜서 보는 것처럼 말이다. "TV를 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생각 없이 습관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관성의 족쇄를 깨라
―리더십 코치를 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뭡니까?

" 실천(practice)이죠. 대부분 사람들이 리더십의 원칙은 어느 정도 이해해요. 하지만 그걸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하죠. 머리로만 아는 리더십은 아무 쓸모가 없어요. 엄밀하게 말해 제대로 실천하기 전에는 리더십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어요."

그 는 예를 하나 들었다. 미국 교육 제도의 효율성에 대한 논쟁이었다. 최근 한 교육학자가 "중요한 것은 시스템 그 자체가 아니라 시스템의 참여자, 즉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얼마나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시스템 문제만 탓하면서 변화를 위한 실천을 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얘기였다.

"실천이 없으면 교육 제도 개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십 컨설팅을 아무리 하고 조직 구성을 효율적으로 바꿔봐야 리더와 직원들이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어떻게 변화를 위한 실천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 사람은 가던 방향대로 가고, 하던 것만 하고, 그동안 얘기하던 대로 말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관성의 족쇄(shackles of inertia)를 끊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무척 힘든 일이죠. 그래서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해보세요.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지?' TV를 볼 때나 멍하니 인터넷을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으면 이런 습관적 행동들이 우리를 완전히 지배하게 될 겁니다."

그는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라고 했다. 동료들과 함께 해야 할 일들을 매일 체크하라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체크하면 실천력을 높일 수 있고 변화가 나타난다. "매우 간단하지만 강력한 방식이죠. 이렇게 하면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의 모조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나는 친구인 짐 무어(Moore)와 서로 전화를 걸어 매일 20여개의 체크리스트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불교에서 리더십의 철학을 깨닫다
그의 유쾌한 어조로 말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폐부(肺腑)를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그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그는 "좋았던 지난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란 얘기였다.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선 사지 멀쩡한 백인 남자는 누구나 중산층이 될 수 있었습니다. 경기는 좋았고, 일자리는 넘쳐났죠. 하지만 지금 우리는 엄청난 글로벌 경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경제환경이 펼쳐지고 있죠. 경쟁이 심해져서 예전처럼 쉽게 벌어먹을 수 있는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잘나가던 시절'은 모두 잊어버리세요. 그런 날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입니다."

―너무 가혹한 이야기 아닌가요?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시장이 요구하는 기대치는 예전보다 훨씬 높습니다. 또 인터넷과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당신은 24시간 365일 일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이건 정말 불공평해'라고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불교, 깨달음… 20代 때 불교사상에 심취
부처에게서 리더십을 배웠다… 인간은 머물지 않고 변하는 존재
세상 일은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 '변화의 힘'은 당신 안에 있다

그 는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했다. "내가 처음 박사 학위를 받을 때만 해도 내 성적은 최상위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똑같은 성적으로 중간에도 못 낍니다. 글로벌 경쟁 때문이죠. 내 딸 켈리(Kelly)는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박사과정 학생 22명 중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기 하나뿐이었다는군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은 아시아 출신이었고요. 이게 현실이에요. 우리는 글로벌화를 통해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되돌려 놓을 수 없다면, 당신이 변해야 합니다."

어느새 그의 뉴욕행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그는 문득 "나는 불교 신자"라고 했다. 미국의 코칭 전문가가 불교 신자라니 신기했다. 그는 30여년 전인 20대 후반에 400여권의 불교 서적을 읽으면서 불교철학에 심취하게 됐다고 했다. 내면의 힘을 중시하는 그의 리더십 코치 철학도 냉엄한 현실 속에서 자기 자신의 해탈(解脫)을 강조하는 부처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불교 사상에 심취하면서 나는 겉모습은 하얀데 속은 노란 계란 같은 사람이 됐어요.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그리고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려면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허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내가 얻은 작은 깨달음이죠."


모조(mojo)가 뭐죠?

美 흑인들 소원·부적 담은 '작은 주머니'서 유래
에너지·매력으로 통용… 영화에 쓰여 유명해져

모조는 미국 흑인들의 토속 신앙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 소원이나 부적을 담은 작은 주머니를 의미했다. 그러던 것이 1960년대 이후 흑인 문화가 주류로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만족감이나 심리적 활력을 뜻하는 속어로 쓰였다. 1997년 007을 패러디한 영화 '오스틴 파워(Austin Powers·사진)'에서 성적 에너지나 매력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쓰이면서 유명해졌다.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영어권에서 널리 통하는 단어가 됐다.

모 조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직장·가정·학교에서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점이기도 하다. 골드스미스 박사는 모조를 '내면에서 우러나 밖으로 드러나고 확산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라고 정의한다.

모조는 자신의 정체성(identity)과 객관적 성취감(achievement), 나에 대한 평판(reputation), 그리고 현실에 대한 수용(acceptance)이라는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이 네 가지가 서로 균형 있고 바람직하게 유지될 때 '모조가 높다'라고 할 수 있다.


15가지 '체크리스트'로 긍정의 힘 끌어내세요
익 숙해진 생활의 관성을 깨고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골드스미스 박사는 "실천하기로 다짐한 항목들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동료나 가족과 함께 매일 체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도 매일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한국조선일보 독자들을 위해 내가 직접 이용하는 체크리스트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인터뷰 직후 자신의 체크리스트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골 드스미스 박사의 체크 리스트를 보면 그의 변화 목표가 드러난다. 1~2번을 보면 자신의 일에서 행복과 의미를 끌어올리겠다는 결심이, 3~6번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7~8번은 자신이 말하는 '똑똑한 사람들의 잘못된 습관'에 빠지지 않고 리더십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9~12번과 15번은 건강 챙기기, 13~14번은 가족에 대한 애정과 관심과 관련된 항목이다.

그런데 친구나 동료, 가족과 함께 체크리스트를 이용할 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절대로 스스로든 남에게든 부정적 평가(negative feedback)를 내리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오늘 팔굽혀펴기 운동을 30개 했다고 하자. 그때는 "그것 갖고 되겠느냐"고 말하기보다는 "60살 먹은 사람치고는 상당히 잘했는데"라며 힘을 북돋아 주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평가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죄책감만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는 "나 스스로 이런 체크리스트를 이용할 때와 하지 않을 때 효과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날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변화의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내 안의 긍정적 변화의 힘, 즉 '모조(mojo)'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2월 11일 금요일

불경기 한파…공짜로 땅을 주는 곳도 있네

인구 유입·경제 활성화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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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공짜로 땅을 주는 마을이 화제다. 불경기 한파로 시골 지역의 인구가 급감하면서 소규모 도시나 마을들은 인구 증가와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주민이나 기업에 공짜로 땅을 주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 지난해 말부터 공짜 땅을 제공하고 있는 소도시 7곳을 알아봤다.

◆ 마른(아이오와)

아이오와주 서남부 지역에 있는 마른에는 149명이 거주하고 있다. 마른에서 인구가 가장 많았던 때는 지난 1875년으로 당시 617명이 살았다.

하지만 지난 1960~70년대 사이 젊은층 인구가 빠르게 이 도시를 떠나면서 인구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에 마른 주택개발사는 이 지역의 인구 유입을 위해 무상으로 땅을 제공하고 있다.

신청자는 자신이 원하는 집의 설계 도면을 제출해 허가를 받으면 땅을 부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트레일러 홈이나 말이나 가축을 키울 수는 없다.

◆ 뉴리치랜드(미네소타)

미네소타주 남부에 있는 뉴리치랜드는 인구 1200명의 소도시다. 이 지역에서도 무상으로 땅을 제공받아 집을 지을 수 있다.

단 허가를 받고 1년 내에 주택을 완공해야 한다. 그러나 도로나 커브 상하수도 등에 대한 2만5000달러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 윌슨등 10여곳(캔자스)

캔자스주도 인구 유입을 위해 무상으로 땅을 제공하고 있다. 캔자스주의 일부 소도시들은 지난 1900년 이래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며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캔자스 주 정부는 무상으로 땅을 제공하며 이주민 모시기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캔자스 프리 랜드 지역은 윌슨 허든 지역 등 10여 곳이 넘는다.

◆ 베아트리스 커티스(네브래스카)

네브라스카주주 베아트리스는 지난해 먼저 오는 주민에게 무상으로 땅을 제공하는 새로운 이주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땅을 제공받은 사람은 5년 동안 살아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네브라스카주에서 베아트리스 지역이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커티스 지역은 3.266스퀘어 킬로미터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832명에 불과하다. 이 지역은 공항이나 내브래스카 농업기술대학과 불과 수 분 거리에 떨어져있다. 커티스 지역에 있는 한 기업은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유틸리티가 포함된 싱글 패밀리 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가 남아있는 상태다.

◆ 머스키건(미시건)

미시건주 머스키건 지역에서 25명 이상의 풀타임 종업원을 고용하거나 산업용 빌딩을 제공하는 기업에게 무상으로 땅을 제공한다.

25명 이상 고용한 기업에게는 5에이커의 땅을 50명 이상일 경우 12에이커 75명 이상 고용하면 20에이커의 땅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또한 25명 이상을 고용하면 물과 하수처리 비용 50%를 절감해준다.

◆ 캠든(메인)

메인주 해변 지역에 있는 캠든에서는 최소 24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게 3.5에이커 규모의 땅을 제공한다. 지역 주민들은 이 지역에 관광이나 바이오테크 파이낸셜 서비스 그린 비즈니스와 관련된 기업을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친환경 산업 육성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공짜 땅 외에도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세대책? 투기꾼들 만세 부르겠다" 서민 빚폭탄·다주택자 투기 조장 우려 출처 : "전세대책? 투기꾼들 만세 부르겠다" 서민 빚폭탄·다주택자 투기 조장 우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와 분양연기가 속출하고 있어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 20일 오후 최근의 부동산 경기를 대변하듯 서울의 한 도로 옆 건물에 서울시내 미분양 아파트를 파격할인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미분양
"서민 빚쟁이 만드는 게 전세 대책이라니."
"다주택자 투기꾼들만 만세 부르겠네."

정부가 11일 내놓은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정부는 서민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늘려주고 다주택자 세제혜택을 통해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무주택 서민의 전월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작용이 막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세자금 확대는 무주택 서민의 부담을 완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전셋값을 상승시키고 서민 가계에 '빚폭탄'을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지원은 결국 '투기'를 용인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부채가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도) 한시적 폐지 연장을 포함한 부동산 대책을 3월 초에 내놓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일련의 부동산 대책이 전셋값을 낮추기보다는 전셋값과 집값을 동시에 높여 국민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자금 대출 확대] "가계 빚 늘리고 전셋값 오르게 하는 '독'"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 유성호
정종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번 대책의 핵심에 대해 "세입자 부담을 완화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 부담 완화는 전세자금 대출 확대를 의미한다.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에게 지원되는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지원 한도가 현재 6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확대되고, 금리도 연 4.5%에서 4.0%로 인하된다.

정부는 또한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지원대상도 수도권 과밀억제권역내 전세보증금 8000만 원 이하에서 1억 원 이하로 확대하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전세자금 대출보증 규모를 지난해(5조8000억 원)보다 늘어난 7조 원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전세자금 대출 확대가 전셋값을 낮추는 데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있다. 정부는 1·13대책 등 일련의 전월세 안정대책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전셋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대해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세자금 대출 금액만큼 시장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책은 서민에겐 오히려 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계 부채를 확대하는 정책은 가계와 국가 경제 모두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9일 발표한 '가계부채 위험성 진단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개인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43%다. 이는 금융위기 당사국인 미국(128.2%)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의 부채비율이 더 높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금융부채는 1884만 원으로, 처분가능소득 527만 원의 3.6배에 달한다. 결국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서민 가계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향후 가계부채 관련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가계부채가 추가적으로 급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다주택자 세제 지원] "전셋값 잡기는커녕, 오히려 집값 올릴 것"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민주노동당 119민생희망운동본부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주 공동 주최로 열린 '전세피해 사례보고대회 및 해법 토론회'에서 서채란 변호사가 "매번 반복되는 심각한 전제문제, 이렇게 해결하자"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전세
이번 대책의 또다른 핵심은 다주택자 세제 지원이다.

당초 서울에서는 규모가 85㎡ 이하이면서 3억 원을 밑도는 주택 5채를 소유해 임대를 할 경우, 최소 10년 동안 보유하면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다. 정부는 앞으로 세제 혜택 기준을 완화해 더 크고(149㎡ 이하), 더 비싼 주택(6억 원 이하)을 더 짧은 기간(5년) 동안 3채만 보유해도 같은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양도세와 취득세를 깎아주겠다고 밝혔다.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5년 이상 임대할 경우, 취득세와 5년간 양도소득세를 50% 감면한다는 것이다. 정종환 장관은 이를 통해 "민간 시장에서 임대주택 공급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세제 지원은 '투기조장용 세금 혜택'이라는 비판이 크다. 이 대책으로 돈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살 때는 취득세를, 보유 중에는 종합부동산세를, 집을 팔 때는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게 되면서 많은 집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또한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승 부담에도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해 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다주택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지원해 주택을 매입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며 "이는 서민의 주거안정성이나 임대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서 나온 게 아니라, 집값을 떠받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 폐지 연장을 검토하고 있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여부 등을 포함해 부동산 시장 종합대책을 3월 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홍헌호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에 거래활성화 정책까지 나온다면, 집값에 큰 자극을 줄 게 뻔하다"며 "공공기관이 환매조건부로 미분양주택을 매입해 전세 물량으로 쓰고, 말로만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확대 로드맵을 만드는 등의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 2월 8일 화요일

가뜩이나 더러운 수돗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 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해 수돗물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성금입니다. 정부는 '2005년까지 팔당 호 수질을 1급수로 끌어올리겠다'며 수도권 시민들에게 물부담금을 강제징수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물부담금은 징수 근거조 차 불명확한 상태에서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수도요금 고지서에 포함돼 '자발적이지 않게' 징수되고 있습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 과 오마이뉴스는 이의 문제점과 대책을 모색하는 기획을 8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수도권 주민들이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팔당댐은 1973년에 완공됐다. 나는 1970년 군복무를 마친 뒤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팔당댐 여수로 설계에 약간 관여했었다. 그때 우리가 했던 말이 '좋은 물을 보려면 팔당에 가보라'였다. 

경치가 빼어난 것은 물론 물도 깨끗했고, 맛도 좋았다. 나는 수정같이 맑은 호수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했다(그 당시에 나는 호수의 수질 현상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흘러들어오는 물이 그대로 호수에 모인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당시에 팔당 인근에선 농사도 많이 지었고 냄새 나는 인분을 비료로 쓰기도 했지만, 이것들은 물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지는 못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70년대 후반에 수질조사를 위해 팔당호를 찾았다. 그런데 팔당호는 예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물을 뜨느라 두레박을 담그면, 두레박이 보이지 않았고 배를 젓느라 노를 담그면 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소양호는 나를 더욱 실망시켰다. 기암절벽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던 소양강의 그 아름답던 절경은 사라졌다. 호수 기슭에 있던 나무들은 죽었고, 시뻘건 흙이 드러나 있었다. 비만 오면 물은 흙탕물이 되어 불그스름하지 않으면 녹조 때문에 푸르스름하고 탁했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 수질을 측정할 때 쓰는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니,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니 하는 지표로 따져보면, 소양호나 충주나(충주댐 짓기 전) 팔당이나, 다들 수질은 1급수에 해당했다. 당시는 하수처리장이 없던 때라 수도권의 지천들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한강하류의 수질은 지독히 나빴다. 그러나 필당 상류의 수질은 다들 1급수에 해당했다.

하지만 그 후 수질은 더 급속하게 나빠지기 시작했고, 1991년에는 낙동강에서 페놀오염 사고가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역대 대통령들 모두 '마시는 물 만큼은 안전하게 마실 수 있도록 해주겠다'면서 맑은 물 대책을 임기 중에 여러 번 발표했고 지금까지 3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 결과, 많은 하천들이 눈에 띄게 맑아졌다. 새까맣던 금호강, 썩은 냄새가 진동하던 안양천, 중랑천 등의 수질도 개선됐다.

  
▲ 전국평균하천수질추세 (환경부 통계자료) 맑은 물 대책에 30조 원 이상을 투자한 결과 우리나라 하천의 수질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국민들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호수의 수질이 개선된 예는 우리나라에서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계속 나빠지는 추세다.
ⓒ 김정욱
하천수질

'연평균 수질 자료'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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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욱
수질

  
▲ 우리나라 호수의 수질 추이(환경부 통계자료) 특히 팔당호의 수질을 보면 팔당으로 유입되는 남한강의 수질은 개선되고 있는데 팔당의 수질은 악화되고 있다.
ⓒ 김정욱
팔당호

환경부 자료는 우리나라 전국평균 하천 수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팔당을 비롯하여 대청호, 안동호의 COD가 4mg/l 가까이 올라갔다. 2009년까지의 기준에 따르면 이 물은 3급수(3급수는 상수원수로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에 해당한다. 그런데, 2010년 1월 바뀐 수질환경기준에 따르면 이 물은 2급수다(호수에서는 수질을 측정할 때 흔히 보아왔던 BOD를 환경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그 이유는 호수에서 번성하는 조류에 기인하는 유기물 중엔 독성을 띠는 물질도 있고 BOD로 잘 측정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수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연평균' 수질을 가지고 환경기준과 비교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수돗물을 연평균해서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매일 물을 마신다. 그래서 매일 매일의 수질이 환경기준에 적합해야 한다(일본은 우리와 달리 매일 매일의 수질이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 기준 수치는 우리와 비슷한 것 같으나 실제 내용은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다). 팔당의 월평균 수질자료를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시간에 따른 변동이 심하다. 일평균은 더욱 심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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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욱
팔당호

여름에 큰비만 오면 식수원 댐들은 흙탕물에다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흙탕물이 좀 가라앉는다 싶으면 녹조가 번져나간다. 그러나 연평균 수질자료는 이런 사실들은 알려주지 않는다.

  
홍수 후 식수원댐의 쓰레기 (팔당댐, 남강댐, 소양댐).
ⓒ 물포럼코리아 최충식
팔당댐
이처럼 강은 갈수록 깨끗해지고 있는데 강물을 받아들이는 호수 오염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과 호수는 근본적으로 수질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강은 비가 와서 길바닥의 온갖 더러운 것들과 흙탕물이 흘러와도 하루 이틀 지나면 다시 깨끗해진다. 그리고 이런 흙탕물이 흐를 때 수질은 평균수질에 반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호수는 비가 씻어오는 오염물질이 오랜 기간 머문다. 소양호의 경우, 2006년 여름에 온 큰 비로 200일 이상 흙탕물이 됐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흙탕물이 줄어들면서 시퍼런 녹조가 나타나 오랜 기간 계속됐다.

팔당호만 하더라도 큰 비가 오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쌓이고 이로 인한 탁수가 수개월간 계속된다. 강의 경우 환경기초시설을 많이 지어 점오염원의 오염을 줄이면, 평상시 배출되는 오염이 줄어 수질이 개선된다. 그러나 호수는 환경기초시설로 인한 개선효과보다는 큰 비가 한두 번 올 때에 씻겨 들어온 오염이 큰 영향을 미친다.

도시지역 땅바닥을 쓸어간 '비'에 담긴 오염도가 생활하수보다 훨씬 더 심한 경우가 많다. 길바닥을 치운 눈 더미가 시커먼 것만 봐도 그 오염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가끔 비가 오고 난 뒤에 강에 사는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도시, 산업단지, 관광위락단지, 골프장, 도로 등 개발사업을 벌여 비에 씻기는 오염원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로 인해 호수 오염이 심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하수처리장을 많이 지었다지만, 이 하수처리장들도 비만 오면 늘어난 용량을 처리하지 못해 그냥 강으로 흘려보낸다.

호수는 비에 씻긴 오염이 바닥에 퇴적되고 축적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누적되어 계속 악화되어 간다. 흐르는 물에서는 조류가 제대로 성장을 못하지만 고인 물에서는 조류들이 번성하여 죽어서 가라앉아 바닥에서 썩고 썩으면서 오염물질이 다시 용출되어 오염을 가중시킨다. 시화호를 막았을 때 3년이 지나도 오염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은 방조제를 터야 했었다. 낙동강 하굿둑도 막은 지 4년이 지나자 오염도가 3~4배 계속 증가하여 둑의 수문을 수시로 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수질 개선한다는 '물이용부담금', 성과는 어디에?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물그릇을 키우면 물그릇 키운 만큼 오염이 줄어든다고 홍보물을 돌리고 있는데, 국민을 바보로 알고 하는 소리다. 낙동강 하굿둑 앞 함안댐을 세우면 함안댐 물은 하굿둑 물처럼 썩게 되는 것이고 영산강 하굿둑 앞 죽산댐을 세우면 죽산댐 물에선 영산호처럼 썩은 냄새가 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댐과 보에 대해서 한마디 해야겠다. 일전에 방송에서 '보'를 '댐'이라고 말했다가, 내 말이 방송에 나가지 못한 적도 있다. 한자로는 작은 저수지를 보(洑)라 하고 영어로는 댐(dam)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둑이라고 한다. 영어에서는 비버가 만든 작은 웅덩이도 다 댐이라고 한다. 

국제대형댐위원회의 정의에 의하면, 수위 5m 이상 댐 중 저수량이 3백만 톤 이상인 것을 대형댐이라고 한다. 4대강 사업에서 만드는 16개 댐들 중 저류량이 가장 작은 금남댐이 380만 톤이고 가장 큰 함안댐은 1억2700만 톤에 이른다. 저수량으로는 다 대형댐 규모이나, 금남댐만 높이가 5m가 안 돼 대형댐 반열에 못 들었다.)

정부는 팔당호의 물을 1급수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변구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오염총량제를 시행하여 수질을 개선하고, 규제지역주민들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물이용부담금을 거두어 갔는데, 그동안 거둔 성과는 하나도 없는데다 수질은 더욱 나빠졌다.

경기도는 최근 물이용부담금을 이용해 팔당지역에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질오염을 처리할 능력이 있다'는 핑계로 위락시설을 포함한 많은 시설들을 팔당 지역에 건설하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이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고통 받는 주민들에게 쓰인 것이 아니라 개발업자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또 수질환경보전법상의 특정수질유해물질에서 구리를 제외하도록 법을 고쳐가면서 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허용했다. 환경기초시설을 지으면 이들 오염원에서 하수관을 통해 유입되는 오염은 잘 처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가 올 때 이들 개발지를 씻어 내리면서 하수관을 거치지 않는 비점오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큰 비가 올 때는 하․폐수도 하수관에서 월류해 처리 되지 않은 채 그냥 강으로 흘러든다.

개발지 땅바닥, 농지와 비교 안 될 만큼 오염 심할 것

그리고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강변에 농지를 철거 한 후에 정부가 그곳에 계획하고 있는 것은 자전거 도로를 포함한 위락단지 혹은 관광단지 조성이다. 강 주변 주민들 중 4대강 사업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땅값 상승에 있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는 '한강연결 지상보행녹도'를 만든다고 되어 있는데 호안에 큰 선착장이 있고 강변에는 빌딩들이 들어차 있으며 강에는 요트들이 떠 있다. 그리고 경기도에서 제시한 팔당지역의 개발계획안을 보면 야외공연장, 피크닉장, 운동마당, 전시장, 자연학습장, 테마식물원, 진입광장, 수변쉼터, 포토존 등 위락시설들이 요란하게 꽉 들어차 있다. 이런 그림들을 보면 땅값이 안 오를 수가 없을 것이다.

  
▲ 한강연결지상보행녹도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에 제시된 한강변 개발 모습
ⓒ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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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한강9공구
  
▲ 경기도에서 제시한 팔당지역 개발계획안 농지를 철거하는 대신에 진입광장, 야외공연장, 피크닉장, 테마식물원, 자연학습장, 생태운동마당, 생태교육장, 전시장, 관찰데크, photo zone 등 요란한 위락단지 개발안을 내놓았다.
ⓒ 경기도
팔당지역
강변에 습지가 잘 보존되어 있으면 비점오염원의 오염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수도 없이 많다. 이러한 원리에 입각하여 현재 강변 500m 구간은 수변습지로 지정하여 토지이용에 제한을 하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강변에 체육시설과 문화시설들을 계획하고 있다. 또 그동안 어렵게 만든 '수변구역제도'를 폐지하고 강변 2km까지도 개발할 수 있도록 한 '친수구역특별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는데 이것이 또한 수질오염을 엄청나게 더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정부는 팔당의 오염을 가중시키는 정책들을 펴고 있으면서, 조상 대대로 수질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을 오염의 주범으로 몰아서 내쫓고 있다. 이는 형평에도 크게 어긋나고 인륜을 저버리는 일이다. 

지금 정부가 하천구역의 농업이 팔당 오염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면서 근거로 드는 가장 중요한 자료는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연구한 '한강수계 하천구역내 경작지 현황파악 및 수체에 미치는 영향 조사(1)'다. 이 연구에서는 5차례에 걸쳐 비가 올 때 팔당의 농지에서 씻겨 내려온 오염을 조사했는데, 논 유출수의 평균 BOD가 2ppm, 비닐하우스는 2.8ppm, 노지 밭은 7.9ppm이었다. 우리나라 환경법상에는 BOD 배출허용기준이 30~120ppm이고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수 BOD 기준은 10~30ppm이다. 

농지와 정부가 농지를 철거하고 세우려는 것들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농지에서는 평상시에는 오염배출이 하나도 없는데 비해 시설들은 이런 오염을 항상 배출한다. 그리고 비가 오면 논에서는 1b급수, 비닐하우스에서는 2급수의 물이 흘러나가는데 개발시설들은 처리장이 넘쳐서 처리도 못하고 흘려보낼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앞서 이야기 했듯, 개발지의 땅바닥을 씻어가는 오염은 농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오염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보다 높은 하수처리율, 그러나 물은 더 더럽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이 전 인구의 1% 정도 밖에 안 되는 현실에서, 상수원 수질을 1급수로 올리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연평균 수질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수질이 1급수가 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식량자급률이 25%밖에 안 되는 나라가 다른 오염원을 막 만들어내면서 농업을 주범으로 몰아 쫓아내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식량안보는 '물안보'보다 더 중요하다. 

상수원수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호수의 수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비점오염원을 관리하는 것이고, 비점오염원을 관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토지이용을 관리하는 것이다. 비가 땅바닥을 씻어가는 오염을 줄일 뿐만 아니라 강으로 흘러들기 전에 최대한 여과가 되도록 토지이용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강으로 흘러들기 직전의 수변구역이 잘 보존돼야 하고 비가 토양으로 많이 흡수되도록 불투수 면적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1급수가 될 수 있도록 애초에 약속한 대로 총량규제를 해야 한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은 전면 취소하고 친수구역특별법도 무효화 되어야 한다.

하수처리장들은 비가 올 때 초기 우수유출수를 저장했다가 처리할 수 있도록 시설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하수처리율이 80%를 넘어 일본의 70%를 훨씬 앞질렀으나 물은 우리가 훨씬 더 더럽다. 일본은 어디서나 수돗물을 그냥 다 마신다. 일본은 대부분의 하수처리 예산을 하수관 정비에 쏟았는데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수관은 놔두고 처리장만 지었기 때문에 하수가 하수처리장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하수관 정비를 잘해야 한다.

미국의 뉴저지 주는 면적이 경기도만 하고 인구도 그만한데 모든 하천구간에 목표수질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토지이용을 규제하고 모든 배출업소들에게 각각 오염배출량을 엄격하게 할당한다. 이것이 총량규제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뉴저지 환경청에 7천 명이 일을 하는데 다들 고급인력들이다. 우리나라 같이 공부를 많이 한 젊은이들한테 이런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지 공사판에 내몰아서 되겠는가? 

이스라엘은 갈릴리 호수가 오염되면 모든 물이 다 끝장이다. 유역의 모든 계획은 호수의 수량과 수질을 지키기 위한 목표 아래 결정된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이, 농업용수까지 보태서 170L 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개발계획은 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우리 국토해양부는 우리 국민 1인당 농업용수를 빼고도 하루 650L를 써야 한다고 계획을 세워 놓았다. 이스라엘은 그 물을 쓰고서도 식량 자급자족을 하고 남아서 수출을 하며 갈릴리 호수 물은 깨끗해서 우리 같은 그런 건설공사 안 벌이고도 우리보다 더 잘 산다. 이스라엘은 식량 자급자족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서 일단 농업을 국가존립의 기반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무슨 물 타령을 할 처지가 아니다. 그리고 힘없는 농민들이나 못 살게 굴어서 쓰겠는가? 캐나다나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는 수돗물은 그냥 아무 처리도 안 하고 바로 가정으로 공급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어서, 상수원 보호구역 내의 모든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대신에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에 대해서는 다 보상을 한다. 

환경시설 지었다고 개발 허용...뻔뻔스럽다

지금까지 정부는 규제중심으로 상수원지역을 관리해 왔는데 앞으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이용부담금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주민들이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수질개선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서 주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질개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농약사용을 줄인다든지, 농법을 개량하여 오염배출을 줄이든지, 친환경 마을계획을 세워 오염을 줄이든지 하면 수질 개선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하면 주민들은 스스로 신이 나서 수질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수질개선에는 어차피 정부의 큰 예산이 들어간다.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처벌할 것이 아니라 농산촌 주민들에게 쓰레기를 치우는데 인센티브를 주면 주민들은 자기 쓰레기뿐만 아니라 다른 쓰레기들도 치우게 될 것이다. 이런 쓰레기를 치우는 데에도 어차피 정부의 예산이 들어간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추진해오던 모든 물정책을 완전히 뒤집어 엎어 버리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벌이고 있는 여러 가지 개발 사업들과 또 앞으로 하겠다고 세우고 있는 계획안으로는 결코 상수원의 수질을 개선할 수 없다. 

물이용부담금을 걷어서 환경기초시설 만들고 환경시설 만들었다고 개발을 허용하면 결과적으로 혜택은 오히려 개발업자들에게 돌아가고 물은 더 오염이 된다. 무슨 낯으로 물이용부담금을 받으려고 하는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농지를 오염의 원인이라 지목하여 철거하고는 친수구역특별법을 만들어 강변에 온갖 개발을 다 허용하려고 하는데 참 뻔뻔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