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테크 사무실이며, 본인의 집을 연결하는 통신은 여전히 두절 상태이다.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끓어 오르는 열을 식히고 몇 세기 째 요지부동인 ‘프렌치 시스템’에 적응중인 다혈질 ‘한국 아줌마’ 이젠 스스로가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프랑스를 개혁하려면 쥐도 새도 모르게 하라!?” 그렇다, 프랑스인들에게 “프랑스 시스템을 좀 바꿔야겠습니다.”라고 공개 한다면 그 개혁은 ‘따 논 실패다’, 아마도 지하철과 버스는 멈추고, 우체국문은 닫히고, 프랑스 국적을 가진 이들은 모두 길거리로 뛰어 나오고 말 것이다. 프랑스는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그 어떤 개혁이나 혁명도 침묵 속에 깊이 잠들었다고 해야겠다.
현재 심각하게 대두되는 프랑스 경제 침체의 원인과 실업률 상승에 따른 원망은 개혁을 두려워하는 자신들은 뒤로하고, 프렌치 시스템을 세운 «엘리트»들의 몫이다. 지구촌 곳곳이 일일권이 되어가는 세계화를 거부하는 프랑스인들임에도, 세기를 이어온 ‘프렌치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기는 한다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은가.
프랑스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 잡지 가운데 하나인 Le point에서 2000호 기념을 위한 ‘프렌치 특집’을 다뤘다. 전세계 내 놓으라 하는 경제학자들과 명문대 교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명사들의 의견을 모아 프랑스인들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참 놀라운 것은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가운데 첫 번째로 꼽히는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이 기억하는 프랑스의 어제는 ‘회색 빛’ 오늘은 ‘검은 색’ 그리고 내일은 ‘그림자 가득’이란다.
대대로 물려받은 프랑스 국적도 이제 자랑거리가 아니며, 프랑스라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도 잊은 지 오래란다. 프랑스의 영광이며, 자존심이던 루이 14세나 나폴레옹, 샤를 드골의 빛난 업적은 고전이 되었다.
오로지 악몽으로 남은 알제리 전쟁과 Vichy 정권이 남긴 국가적 수치는 프랑스인들의 불명예스런 기억만을 흔들고 있다고 한다. ‘마르세유즈가 울려야 하는 곳에서는 ‘야유의 물결’만 일고 있다는데…..
프랑스인을 분석한 여러 석학 가운데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있어, 간단히 옮겨보고자 한다.
캐 나다 퀸즈 대학의 Timothy B.Smith 교수는 ‘프랑스 사회구조가 처한 현 주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회구조? 사회구조 자체를 반대하는 구조 말인가?”며 웃는다. 그의 이어지는 말이 더 공감이 간다. “현재 프랑스 사회구조를 모델로 받아들이겠다는 나라는 지구촌 어느 곳에도 없다. 다만 프랑스인들 자체가 4대륙의 모든 나라들이 프랑스 사회구조를 따라 하고 싶어 한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다.”
그의 비판은 멈추지 않는다.
“뉴욕이나 상하이 또는 베르린에서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프랑스+경제는 무엇인가?’ 라고 물어보라. 망설임 없이 바로 «실업자»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란다. 그럼에도 프랑스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에 무딘 프랑스인들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이것도 안 되고, 그것도 안 되는», «ni-ni»만 강조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프랑스인들이 일할 때 전형적으로 게으르냐 ?’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실없는 웃음만 나게 한다. «일하는 프랑스인들은 결코 게으르지 않다. 다만 소수의 프랑스인들만이 일을 할 뿐이다».
주 35시간 근무, RTT(유급휴가), Temps partiel(근무시간절감), 수면… 등 근무시간을 최소한 줄이도록 줄줄이 나열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어떻게 업무능률이 오르겠는가? 머지 않아 프랑스 직장인 모두가 각각의 역할을 대신 해 줄 «아바타»를 회사에 대신 보내게 될 것 같다.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이 고수하고 있는 주 노동 35시간은 처음 의도와 달리 고용 창출보다는 업무속도 차질과 의욕상실을 가져왔다.
프 랑스인들 가운데 가장 긴 노동 시간, 주 59시간을 가지는 사람들은 농부들이며, 회사를 운영하거나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55시간, 회사원과 간부들은 40시간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국민의 41%만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16-25세와 55-65세의 노동비율이 가장 낮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억하고 연구해 봐야 할 부분도 있다. 21세기 최고 경제 불황에도 프랑스가 ‘가스트로노미 황제국가’로 세계 미식가들을 유혹 하며, 코 웃음 칠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프랑스인들의 식습관 덕분이다. 테이블에서 유난히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프랑스인들의 점심시간은 유럽 다른 국가에 비해 15분 긴 1시간 15분이란다. 그뿐인가, 두 세 시간 간격으로 휴식을 취하는 ‘커피 타임’도 잊으면 안 된다. 그 덕분에 실업률 3위를 기록한 지금도 ‘미슐랭의 별’이 전세계 고급식당 업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전직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 데스탕이 바라보는 프랑스의 미래를 위한 조언들을 옮겨본다.
“프 랑스, 옛날에는 근면 성실하며 용기 있는 민족이었다. 우선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기초 교육시스템부터 개혁하고, 재정비해야 하며, 미디어 중심의 사회가 현실성을 찾고, 본인들의 과실과 오류를 인식해야 한다. 단점도 있지만, 본인들의 타고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옛 기억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현대화 되어가는 정보를 서둘러 익혀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목표를 제시해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가오는 날들을 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아 mia.lee20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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