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가 빼어난 것은 물론 물도 깨끗했고, 맛도 좋았다. 나는 수정같이 맑은 호수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했다(그 당시에 나는 호수의 수질 현상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흘러들어오는 물이 그대로 호수에 모인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당시에 팔당 인근에선 농사도 많이 지었고 냄새 나는 인분을 비료로 쓰기도 했지만, 이것들은 물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지는 못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70년대 후반에 수질조사를 위해 팔당호를 찾았다. 그런데 팔당호는 예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물을 뜨느라 두레박을 담그면, 두레박이 보이지 않았고 배를 젓느라 노를 담그면 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소양호는 나를 더욱 실망시켰다. 기암절벽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던 소양강의 그 아름답던 절경은 사라졌다. 호수 기슭에 있던 나무들은 죽었고, 시뻘건 흙이 드러나 있었다. 비만 오면 물은 흙탕물이 되어 불그스름하지 않으면 녹조 때문에 푸르스름하고 탁했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 수질을 측정할 때 쓰는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니,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니 하는 지표로 따져보면, 소양호나 충주나(충주댐 짓기 전) 팔당이나, 다들 수질은 1급수에 해당했다. 당시는 하수처리장이 없던 때라 수도권의 지천들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한강하류의 수질은 지독히 나빴다. 그러나 필당 상류의 수질은 다들 1급수에 해당했다.
하지만 그 후 수질은 더 급속하게 나빠지기 시작했고, 1991년에는 낙동강에서 페놀오염 사고가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역대 대통령들 모두 '마시는 물 만큼은 안전하게 마실 수 있도록 해주겠다'면서 맑은 물 대책을 임기 중에 여러 번 발표했고 지금까지 3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 결과, 많은 하천들이 눈에 띄게 맑아졌다. 새까맣던 금호강, 썩은 냄새가 진동하던 안양천, 중랑천 등의 수질도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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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수질 자료'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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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자료는 우리나라 전국평균 하천 수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팔당을 비롯하여 대청호, 안동호의 COD가 4mg/l 가까이 올라갔다. 2009년까지의 기준에 따르면 이 물은 3급수(3급수는 상수원수로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에 해당한다. 그런데, 2010년 1월 바뀐 수질환경기준에 따르면 이 물은 2급수다(호수에서는 수질을 측정할 때 흔히 보아왔던 BOD를 환경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그 이유는 호수에서 번성하는 조류에 기인하는 유기물 중엔 독성을 띠는 물질도 있고 BOD로 잘 측정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수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연평균' 수질을 가지고 환경기준과 비교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수돗물을 연평균해서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매일 물을 마신다. 그래서 매일 매일의 수질이 환경기준에 적합해야 한다(일본은 우리와 달리 매일 매일의 수질이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 기준 수치는 우리와 비슷한 것 같으나 실제 내용은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다). 팔당의 월평균 수질자료를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시간에 따른 변동이 심하다. 일평균은 더욱 심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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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큰비만 오면 식수원 댐들은 흙탕물에다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흙탕물이 좀 가라앉는다 싶으면 녹조가 번져나간다. 그러나 연평균 수질자료는 이런 사실들은 알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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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강은 비가 와서 길바닥의 온갖 더러운 것들과 흙탕물이 흘러와도 하루 이틀 지나면 다시 깨끗해진다. 그리고 이런 흙탕물이 흐를 때 수질은 평균수질에 반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호수는 비가 씻어오는 오염물질이 오랜 기간 머문다. 소양호의 경우, 2006년 여름에 온 큰 비로 200일 이상 흙탕물이 됐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흙탕물이 줄어들면서 시퍼런 녹조가 나타나 오랜 기간 계속됐다.
팔당호만 하더라도 큰 비가 오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쌓이고 이로 인한 탁수가 수개월간 계속된다. 강의 경우 환경기초시설을 많이 지어 점오염원의 오염을 줄이면, 평상시 배출되는 오염이 줄어 수질이 개선된다. 그러나 호수는 환경기초시설로 인한 개선효과보다는 큰 비가 한두 번 올 때에 씻겨 들어온 오염이 큰 영향을 미친다.
도시지역 땅바닥을 쓸어간 '비'에 담긴 오염도가 생활하수보다 훨씬 더 심한 경우가 많다. 길바닥을 치운 눈 더미가 시커먼 것만 봐도 그 오염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가끔 비가 오고 난 뒤에 강에 사는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도시, 산업단지, 관광위락단지, 골프장, 도로 등 개발사업을 벌여 비에 씻기는 오염원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로 인해 호수 오염이 심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하수처리장을 많이 지었다지만, 이 하수처리장들도 비만 오면 늘어난 용량을 처리하지 못해 그냥 강으로 흘려보낸다.
호수는 비에 씻긴 오염이 바닥에 퇴적되고 축적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누적되어 계속 악화되어 간다. 흐르는 물에서는 조류가 제대로 성장을 못하지만 고인 물에서는 조류들이 번성하여 죽어서 가라앉아 바닥에서 썩고 썩으면서 오염물질이 다시 용출되어 오염을 가중시킨다. 시화호를 막았을 때 3년이 지나도 오염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은 방조제를 터야 했었다. 낙동강 하굿둑도 막은 지 4년이 지나자 오염도가 3~4배 계속 증가하여 둑의 수문을 수시로 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수질 개선한다는 '물이용부담금', 성과는 어디에?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물그릇을 키우면 물그릇 키운 만큼 오염이 줄어든다고 홍보물을 돌리고 있는데, 국민을 바보로 알고 하는 소리다. 낙동강 하굿둑 앞 함안댐을 세우면 함안댐 물은 하굿둑 물처럼 썩게 되는 것이고 영산강 하굿둑 앞 죽산댐을 세우면 죽산댐 물에선 영산호처럼 썩은 냄새가 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댐과 보에 대해서 한마디 해야겠다. 일전에 방송에서 '보'를 '댐'이라고 말했다가, 내 말이 방송에 나가지 못한 적도 있다. 한자로는 작은 저수지를 보(洑)라 하고 영어로는 댐(dam)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둑이라고 한다. 영어에서는 비버가 만든 작은 웅덩이도 다 댐이라고 한다.
국제대형댐위원회의 정의에 의하면, 수위 5m 이상 댐 중 저수량이 3백만 톤 이상인 것을 대형댐이라고 한다. 4대강 사업에서 만드는 16개 댐들 중 저류량이 가장 작은 금남댐이 380만 톤이고 가장 큰 함안댐은 1억2700만 톤에 이른다. 저수량으로는 다 대형댐 규모이나, 금남댐만 높이가 5m가 안 돼 대형댐 반열에 못 들었다.)
정부는 팔당호의 물을 1급수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변구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오염총량제를 시행하여 수질을 개선하고, 규제지역주민들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물이용부담금을 거두어 갔는데, 그동안 거둔 성과는 하나도 없는데다 수질은 더욱 나빠졌다.
경기도는 최근 물이용부담금을 이용해 팔당지역에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질오염을 처리할 능력이 있다'는 핑계로 위락시설을 포함한 많은 시설들을 팔당 지역에 건설하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이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고통 받는 주민들에게 쓰인 것이 아니라 개발업자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또 수질환경보전법상의 특정수질유해물질에서 구리를 제외하도록 법을 고쳐가면서 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허용했다. 환경기초시설을 지으면 이들 오염원에서 하수관을 통해 유입되는 오염은 잘 처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가 올 때 이들 개발지를 씻어 내리면서 하수관을 거치지 않는 비점오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큰 비가 올 때는 하․폐수도 하수관에서 월류해 처리 되지 않은 채 그냥 강으로 흘러든다.
개발지 땅바닥, 농지와 비교 안 될 만큼 오염 심할 것
그리고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강변에 농지를 철거 한 후에 정부가 그곳에 계획하고 있는 것은 자전거 도로를 포함한 위락단지 혹은 관광단지 조성이다. 강 주변 주민들 중 4대강 사업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땅값 상승에 있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는 '한강연결 지상보행녹도'를 만든다고 되어 있는데 호안에 큰 선착장이 있고 강변에는 빌딩들이 들어차 있으며 강에는 요트들이 떠 있다. 그리고 경기도에서 제시한 팔당지역의 개발계획안을 보면 야외공연장, 피크닉장, 운동마당, 전시장, 자연학습장, 테마식물원, 진입광장, 수변쉼터, 포토존 등 위락시설들이 요란하게 꽉 들어차 있다. 이런 그림들을 보면 땅값이 안 오를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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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부는 팔당의 오염을 가중시키는 정책들을 펴고 있으면서, 조상 대대로 수질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을 오염의 주범으로 몰아서 내쫓고 있다. 이는 형평에도 크게 어긋나고 인륜을 저버리는 일이다.
지금 정부가 하천구역의 농업이 팔당 오염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면서 근거로 드는 가장 중요한 자료는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연구한 '한강수계 하천구역내 경작지 현황파악 및 수체에 미치는 영향 조사(1)'다. 이 연구에서는 5차례에 걸쳐 비가 올 때 팔당의 농지에서 씻겨 내려온 오염을 조사했는데, 논 유출수의 평균 BOD가 2ppm, 비닐하우스는 2.8ppm, 노지 밭은 7.9ppm이었다. 우리나라 환경법상에는 BOD 배출허용기준이 30~120ppm이고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수 BOD 기준은 10~30ppm이다.
농지와 정부가 농지를 철거하고 세우려는 것들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농지에서는 평상시에는 오염배출이 하나도 없는데 비해 시설들은 이런 오염을 항상 배출한다. 그리고 비가 오면 논에서는 1b급수, 비닐하우스에서는 2급수의 물이 흘러나가는데 개발시설들은 처리장이 넘쳐서 처리도 못하고 흘려보낼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앞서 이야기 했듯, 개발지의 땅바닥을 씻어가는 오염은 농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오염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보다 높은 하수처리율, 그러나 물은 더 더럽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이 전 인구의 1% 정도 밖에 안 되는 현실에서, 상수원 수질을 1급수로 올리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연평균 수질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수질이 1급수가 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식량자급률이 25%밖에 안 되는 나라가 다른 오염원을 막 만들어내면서 농업을 주범으로 몰아 쫓아내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식량안보는 '물안보'보다 더 중요하다.
상수원수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호수의 수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비점오염원을 관리하는 것이고, 비점오염원을 관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토지이용을 관리하는 것이다. 비가 땅바닥을 씻어가는 오염을 줄일 뿐만 아니라 강으로 흘러들기 전에 최대한 여과가 되도록 토지이용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강으로 흘러들기 직전의 수변구역이 잘 보존돼야 하고 비가 토양으로 많이 흡수되도록 불투수 면적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1급수가 될 수 있도록 애초에 약속한 대로 총량규제를 해야 한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은 전면 취소하고 친수구역특별법도 무효화 되어야 한다.
하수처리장들은 비가 올 때 초기 우수유출수를 저장했다가 처리할 수 있도록 시설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하수처리율이 80%를 넘어 일본의 70%를 훨씬 앞질렀으나 물은 우리가 훨씬 더 더럽다. 일본은 어디서나 수돗물을 그냥 다 마신다. 일본은 대부분의 하수처리 예산을 하수관 정비에 쏟았는데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수관은 놔두고 처리장만 지었기 때문에 하수가 하수처리장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하수관 정비를 잘해야 한다.
미국의 뉴저지 주는 면적이 경기도만 하고 인구도 그만한데 모든 하천구간에 목표수질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토지이용을 규제하고 모든 배출업소들에게 각각 오염배출량을 엄격하게 할당한다. 이것이 총량규제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뉴저지 환경청에 7천 명이 일을 하는데 다들 고급인력들이다. 우리나라 같이 공부를 많이 한 젊은이들한테 이런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지 공사판에 내몰아서 되겠는가?
이스라엘은 갈릴리 호수가 오염되면 모든 물이 다 끝장이다. 유역의 모든 계획은 호수의 수량과 수질을 지키기 위한 목표 아래 결정된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이, 농업용수까지 보태서 170L 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개발계획은 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우리 국토해양부는 우리 국민 1인당 농업용수를 빼고도 하루 650L를 써야 한다고 계획을 세워 놓았다. 이스라엘은 그 물을 쓰고서도 식량 자급자족을 하고 남아서 수출을 하며 갈릴리 호수 물은 깨끗해서 우리 같은 그런 건설공사 안 벌이고도 우리보다 더 잘 산다. 이스라엘은 식량 자급자족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서 일단 농업을 국가존립의 기반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무슨 물 타령을 할 처지가 아니다. 그리고 힘없는 농민들이나 못 살게 굴어서 쓰겠는가? 캐나다나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는 수돗물은 그냥 아무 처리도 안 하고 바로 가정으로 공급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어서, 상수원 보호구역 내의 모든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대신에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에 대해서는 다 보상을 한다.
환경시설 지었다고 개발 허용...뻔뻔스럽다
지금까지 정부는 규제중심으로 상수원지역을 관리해 왔는데 앞으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이용부담금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주민들이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수질개선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서 주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질개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농약사용을 줄인다든지, 농법을 개량하여 오염배출을 줄이든지, 친환경 마을계획을 세워 오염을 줄이든지 하면 수질 개선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하면 주민들은 스스로 신이 나서 수질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수질개선에는 어차피 정부의 큰 예산이 들어간다.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처벌할 것이 아니라 농산촌 주민들에게 쓰레기를 치우는데 인센티브를 주면 주민들은 자기 쓰레기뿐만 아니라 다른 쓰레기들도 치우게 될 것이다. 이런 쓰레기를 치우는 데에도 어차피 정부의 예산이 들어간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추진해오던 모든 물정책을 완전히 뒤집어 엎어 버리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벌이고 있는 여러 가지 개발 사업들과 또 앞으로 하겠다고 세우고 있는 계획안으로는 결코 상수원의 수질을 개선할 수 없다.
물이용부담금을 걷어서 환경기초시설 만들고 환경시설 만들었다고 개발을 허용하면 결과적으로 혜택은 오히려 개발업자들에게 돌아가고 물은 더 오염이 된다. 무슨 낯으로 물이용부담금을 받으려고 하는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농지를 오염의 원인이라 지목하여 철거하고는 친수구역특별법을 만들어 강변에 온갖 개발을 다 허용하려고 하는데 참 뻔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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