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7일 수요일

프랑스·지중해·멕시코의 '음식 문화'…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

입력 : 2010.11.18 03:00

음식 자체는 대상이 안돼… 식재료얻기·식사법·전설 등 밥상 문화 모든 것을 신청
한국도 궁중요리 재신청키로



지중해 지역 사람들은 지혜를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한 식탁에 둘러앉는다. 멕시코인들은 음식이 신(神)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믿는다. 프랑스인 들은 요리와 와인의 조화에 탐닉하고, 느린 식사가 좋은 음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지중해·멕시코·프랑스 등 세 지역의 음식 문화가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16일 일제히 등재되면서 '먹는 문화'에 대한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음식문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지역은 유네스코에 음식 문화 등재를 신청하며 '일상적 식사'(diet·지중해) '미식'(gastronomic meal·프랑스) '요리'(cuisine·멕시코) 등 각각 다른 단어를 사용했다. 음식 자체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이들 지역은 식재료를 얻는 방법, 요리법 전수 방식, 식사법, 요리에 대한 전설 등을 아우르는 음식 문화 전반을 올렸다.


프랑스 정부는 무형문화유산 신청서에 "프랑스인 중 95.2%가 프랑스식 식사가 자신의 전통 및 정체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믿는다. 프랑스인들은 함께 식사를 하며 '맛'이라는 즐거움을 나누기를 좋아한다"고 적었다.

프 랑스식 식사를 정의하는 특징으로는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 와인의 매치 ▲아페리티프(식전주)→전채요리→야채를 곁들인 생선 혹은 육류→치즈와 디저트→식후주가 나오는 식사 순서 ▲프랑스인의 취향에 맞춘 아름답고 대칭되는 테이블 세팅 ▲식사하면서 '음식이 참 맛있다' 같은, 요리를 칭찬하는 대화 주고받기 등을 꼽았다. 프랑스식 식사를 전수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은 '수많은 미식가'라고 신청서는 설명했다.


지중해 지역 사람들은 '식사는 함께 모여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식탁에 앉는 이유는 먹으려는 게 아니라 어울리려는 것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지중해식 요리 등재를 공동 신청한 스페인·이탈리아·모로코·그리스는 "지중해 지역에서 식사는 사회적 교류이자 축제"라고 밝혔다. '시가, 시가(siga, siga·천천히, 천천히)'라는 그리스어는 3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지중해의 여유로운 식사 문화를 대표하는 말이다. 한국의 신토불이(身土不二)처럼 땅과 재료의 조화를 중시하고, 올리브유·포도식초·견과류·올리브 등 콜레스테롤이 낮고 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건강식 요리라는 점도 '지중해식'의 강점이다.


멕시코인들은 음식을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로 본다. 인간의 탄생·사망·노동·결혼 등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중요 순간마다 '음식 섭취'는 빠질 수 없는 의식으로 등장한다. '인간은 옥수수로부터 비롯했다' '결혼하는 신부에게 다산(多産)을 기원하기 위해 인형 모양의 빵을 선물하라' 같이, 음식과 연관된 전설도 많다. 세 지역의 식사법이 한꺼번에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식문화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올리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문화재청 이경훈 국제교류과장은 "2008년 조선 궁중요리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었지만, 당시 유네스코는 요리나 음식 문화는 상업성을 띨 우려가 있어 (등재)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며 "최근 유네스코의 방침이 바뀐 만큼, 궁중요리 등재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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