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동일성

 내가 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많은 한글로 더빙된 외화를 방영하였었다.

Wonder woman, 6 million dollars man 등등.

 어리석게 그 배우들이 원래 한글로 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원래의 말로 하는 것을 흥미로와 하지도 않았다.

 다만 나에게 그들은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한글로 번역해서 들어보니 우리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낀 것 같다.

 사실 이 작은 깨달음은 평생 반복되는 것이었다.   사실관계로만 생각하면 한 번 확인하면 더 이상의 감동은 필요없는 (왜냐 하면 그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므로) 것인데, 왜 평생 메아리처럼 이 깨달음이, 특정한 환경하에서 되돌아 오는 것일까?

 거기에 대한 완벽한 대답은 나에게 없다.  그렇지만 내 나름의 해석은 그것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발생 조건이 모두 다른 잠깐의 대화, 잠깐의 영화관람, 잠깐의 전화통화에서 결론적으로 느끼는 것이 모두 같다는 것에 대한 재확인의 감정일 것이다.

한국과 딴판인 동유럽의 성탄절, 이유는?

볼록 카락소니(Boldog Karacsony), 베셀레 바노체(Vesele Vanoce), 부옹 바딸리(Buon Batale), 글래드 율 (Glad Yul). 하나 같이 알 수 없는 말 뿐이다. 하나같이 생소한 문장이라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말은 다르지만 그 의미는 하나다. 유럽 대륙에 있는 각 나라들의 성탄절 인사다. 블록 카락소니는 헝가리어, 베셀레 바노체는 체코어, 부옹 바딸리는 이태리어, 글래드 율은 스웨덴어다. 

Merry Christmas 라는 영어에 너무 익숙하다보니 유럽에 있는 나라들의 성탄 인사가 자못 생소하게 들린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라는 우리말을 듣고 유럽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극동 아시아에 위치한 한국에는 크리스마스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지도 모른다. 업무상 출장으로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다녀왔다. 유럽에는 이미 11월 셋째 주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남 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을 듯싶다.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자고 있는 동안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두고 갈 것 같았고, 루돌프가 끄는 썰매에는 내게 줄 선물 주머니로 가득 차 있을 거 같은 환상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크리스마스가 전국적인 행사로서 우리에게 친숙하게 된 것은 1950년대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을 우리의 명절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추석, 설날과 더불어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되었다.
  
유럽에는 크리스마스 4주 전부터 마을 광장에 Christmas market 이 열린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 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다.

성인이 되어서도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낭만적인 날이어서 왠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 안 될 거 같은 기분에 휩싸인 적인 많았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지 않으면 안 되고,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고 싶은 날이 성탄절이었다. 성탄절의 의미와 유래보다는 현란한 네온사인과 길 밖으로 퍼져나가는 캐럴 송의 선율에 더 열광했다.
 
사실 성탄절이 아기 예수가 태어난 것을 기리는 종교적인 날임에도 불구하고 그 종교성은 사라진 지 오래고 지금은 태국 같은 불교국가에서조차 여러 가지 행사를 벌이는 국제적인 연중행사가 되었다. 동시에 많은 회사들이 매출을 올리게 위해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양말 속에 선물을 넣어준다는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19세기 초 미국회사가 만들어 낸 그럴듯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마음속의 동심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었다. 그래서 그런지 상업적인 것으로 변질된 성탄절이 예전과 같이 마음속으로 다가오질 않는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프라하 광장에 있는 시계탑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눈에 들어 온다. 프라하 광장에 설치된 간이 전망대.

시간이 지나면서 성탄절도 대륙별로 국가별로 조금씩 변형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는 풍습은 영국에서 시작이 되었고, 독일은 크리스마스 장난감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경우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회 등의 축제 프로그램이 많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독교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기독교 인구비율이 전 국민의 0.5프로 밖에 되지 않은 일본의 경우는 종교적인 색채를 찾아 볼 수 없는 성탄절이라는 것이 그 특징이다. 종교성이 전혀 없는 단순히 예쁘고 깜찍한 성탄절이라니.
 
 
크리스마스 마켓은 사람들로 붐비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수록 축제분위기는 점점 고조된다

크리스마스 4주 전에 각 도시의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선다. 집에서 직접 만든 수제 치즈나 소시지 등을 가지고 나와 파는 사람도 있고, 꿀이나 끓인 와인을 파는 사람도 있다. 끓인 와인은 독일에서는 Gluehwein(글뤼바인)이라고 하고 불어권에서는 Vin Chaud(뱅쇼)라고 하며, 영어로는 Mulled Wine이라고 한다. 와인을 끓여서 먹는 것은 일본 술인 사께를 뜨끈하게 끓여서 먹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면 된다. 단순히 와인을 끓이는 것이 아니라 생강이나 레몬 또는 계피 등 자신만의 제조법으로 여러 가지 향료를 넣어서 만들기 때문에 파는 가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추운 날 Mulle Wine을 한잔 먹게 되면 온 몸이 좍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나도 이번 여행에서 몇 잔 맛을 봤는데 맛이 제각기 달라서 계속 맛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직접 집에서 만든 소시지를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지고 나와 판다

특히,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파는 음식의 종류도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동양 사람들에게도 아주 친숙하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른 유럽과는 다르게 친근함이 느껴지는 장면도 많이 볼 수 있다. 헝가리의 시조는 동쪽 나라에서 왔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헝가리 사람들은 우리와 같이 몽고반점이 있으며 이름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성이 먼저 쓰이고 이름이 나중에 쓰인다. 발린트 톰이라는 헝가리 친구가 있는데 발린트가 성이고 톰이 이름이다. 

동질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봐서 그런지 사람들의 용모도 왠지 동양 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아서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더구나 한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족발과 너무 비슷한 음식을 보니까 더 그랬다. 실제로 맛도 우리의 족발과 비슷했는데, 돼지고기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마늘이나 양파 등을 넣어 함께 끓여내는 방식이 너무도 흡사했다. 마자르족은 정말 동양에서 발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헝가리는 본래 동방에서 온 마쟈르 족이 기원이어서 그런지 친숙하게 보이는 음식이 많다

성탄절 기간에만 맛볼 수 있다는 끓인 와인. 추울 때 한 잔 마시면 속이 쫘악 풀린다

공 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물건을 공급받아 최종 소비자들에게 다시 판매하는 것이 아닌, 집에서 오랫동안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어 광장에서 판다한다는 의미는 '재화를 판다' 라는 경제활동에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마스라는 축제를 위해 특별히 만든 것을 모든 사람과 '공유한다' 는 뜻이 더 강하다. 

미국의 거대 회사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낸 똑 같은 상품을 돈을 주고 사고파는 상업적인 성탄절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모든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는 가운데 집에서 만든 수제품들은 그 정성을 아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팔려 나갈 뿐이다. 원료가 다르고 맛이 각기 다른 치즈의 종류에 놀랐지만, 다 팔리고 나면 다음 크리스마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어서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거 같았다.  
  
치즈와 소시지는 전부 가정에서 직접 만든 수제다
 
원료와 맛이 각기 다른 많은 종류의 치즈들

성탄절은 결코 화려한 날이 아니다. 오히려 화려하면 이상해질 수 있는 날이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곳은 귀족들이 사는 웅장한 성도 아니고, 따듯한 벽난로가 설치된 안락한 집도 아니었으며, 출산의 고통을 덜어주는 의사가 있는 곳도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마구간의 한 구석이었으며 그것도 말의 먹이를 놓는 말구유 속이었다. 가장 초라하고 천해보이는 곳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탄생일을 기념하는 날이 성탄절의 기원이다. 동유럽 사람들은 이런 성탄절의 의미를 잘 아는 것처럼 소박하게 보였다. 

대 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시내의 광장에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족들과 나와서 음식을 사먹는 광경이 왠지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 전야만 되면 예약 없이는 들어 갈 수도 없는 고급 레스토랑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고 앉을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손님들에게 두 배 세배로 값을 더 받는 바가지 상혼이 극성인 것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부모를 따라 크리스마스 마켓에 나온 두 꼬마의 모습
 
크리스마스 마켓 한 구석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회전 목마도 볼 수 있다

성탄절이 되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선물이 백화점에서 잘 팔린다는 뉴스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비싸야 더 잘 팔리고 화려한 포장이 더 선호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길거리 간이 천막에서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모양의 쿠키를 만드는 작은 경연대회를 보니 뭔가 휘황찬란한 규모를 자랑하는 페스티벌을 벌여야 뭔가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우리의 성탄절 모습과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자못 진지한 모습으로 길거리 체스를 두는 사람들이 표정에서 소박한 성탄절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캐럴 송이 크게 울려 퍼지고 시끌벅적한 행사가 없으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미 상업적인 성탄절에 익숙해진 우리의 현주소를 보는 거 같다. 다행스럽게 올해의 성탄절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거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도심에서는 사람 모양의 쿠키를 만드는 경연대회가 열렸다

크리스마스 마켓 옆에서 한가로이 길거리 체스를 두고 있는 모습

동유럽의 성탄절 풍경을 보면서 차분하고 가족적인 성탄절 모습이 그리워졌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일 년을 되돌아보고 가족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성탄절을 맞이하고 싶다. 비싼 선물이 오가지 않아도 좋은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하지 않아도, 값비싼 공연을 보지 않아도 좋다. 가족과 함께하는 소박한 성탄절이면 될 거 같다. 동유럽의 성탄절 풍경을 보며,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리고 귀국행 비행기에서 얼마 남지 않은 2010년에 내가 잘한 일과 아쉬웠던 일을 되돌아보고, 내년에 꼭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담은 그들의 소박한 성탄절 모습을 한 장씩 다시 넘겨보면서.

동유럽의 성탄절은 상업적이지 않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3000년 인도 카스트 무너진다

인도 경제 급성장 과정서 불가촉천민에도 기회 열려…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강해

인도 기업인 아쇼크 카데(56)씨는 어린 시절 늘 맨발로 살았다. 힌두 사원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고 마을 우물의 물을 길어 마실 수도 없었다. 학교 교실에선 다른 친구들과 나란히 앉지 못하고 한 단 아래 바닥에 앉아 공부해야 했다. 정신과 육체가 깨끗하지 못해 살갗만 닿아도 주변이 더러워진다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달릿' 계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은색 BMW 승용차를 타고 고향 거리를 가로질러 그가 재건 비용을 내서 세운 사원에 가서 기도한다. 기도하기 위해 나타날 때마다 마을 유력 인사들은 앞다퉈 달려와 그에게 깍듯이 인사한다.

인도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3000년 이상 인도를 지배해온 신분 제도인 카스트가 무너지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1일 보도했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했던 인도는 1991년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급속한 경제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시 장경제 전환 이전 세계 최빈곤국 중 하나였던 인도는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1조6320억달러로 세계 9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구매력 기준 GDP는 4조570억달러로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2010~2011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8.5%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장경제 전환은 달릿 계급에 기회였다. 브라만(승려)·크샤트리아(귀족) 등 상위 계급들이 전통적으로 더럽고 어려운 일을 하지 않는 반면 카스트에도 끼지 못하는 최하층 달릿은 경제 개방으로 생긴 수십만개 일자리에서 기름때를 묻히며 일할 수 있었다. 카데씨도 독일계 선박회사에서 일용 노동자로 일했다. 독일인 동료 노동자 월급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임금이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며 배운 기술과 지식은 자신의 기업을 일구는 데 바탕이 됐다. 2년 뒤 원유 시추 회사를 차린 카데씨는 현재 4500명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 사장이 됐다. 그의 회사 가치는 1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직원 상당수는 그보다 상위 계급 출신이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 왕족이 경영하는 두바이 석유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카데씨는 "불가촉천민의 자식이 왕자의 사업 파트너가 됐다.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라고 했다. 카데씨를 비롯한 달릿 계급 출신 기업가 1000여명은 2005년 '달릿 기업인 협회'를 결성해 달릿 출신의 창업도 돕고 있다.

IHT는 인도의 전통 카스트가 경제발전 과정에서 급속히 무너지고 대신 자본주의적 계급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달릿 출신으로 성공한 기업가는 인구 16%에 달하는 2억명 달릿 중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도 여전히 강하다. 카데씨는 '아쇼크 K'라는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인도에서는 이름만으로 어느 계급에 속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낮은 계급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김정일 사망>관상으로 본 김정은, 북한의 앞날은?

<김정일 사망>관상으로 본 김정은, 북한의 앞날은?

2011-12-21 11:48
새로운 체제의 북한을 이끌어 갈 김정은은 지도자로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헤럴드경제는 국내 인상학 1호 박사 주선희 원광디지털대학 얼굴경영학교수의 도움을 받아 김정은의 얼굴을 바탕으로 차기 지도자로서의 그의 성향을 분석하고, 앞으로 보여줄 통치 스타일을 가늠해봤다.

▶가늘고 긴 눈썹-고운 눈매…대인관계↑=김정은의 장점은 가늘고 긴 눈썹과 고운 눈매에서 드러난다. 눈썹이 마치 여성의 눈썹처럼 차분하게 누워있다. 가늘고 긴 눈썹은 사교적인 성격을 나타낸다.

주 교수는 “살집이 있고 인상이 차가워 사나워 보이는 면이 있지만 대인관계에서 필요한 경우엔 괴롭더라도 인고하면서 상대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살가운 성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눈썹 주변에 발달한 근육도 그의 사교적인 성격을 가늠케 하는 증거다. 눈썹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관장하는 부위. 눈썹 인근 근육이 발달했다는 것은 감정 표현이 잦고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처진 입꼬리-좁은 인중…성급한 성격=하지만 처진 입과 입꼬리 옆 근육, 또 코와 입 사이의 짧은 인중은 그가 급한 성격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김정은은 얼굴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이 작고 입꼬리가 아래쪽으로 처져있다. 어린 시절엔 관골(광대뼈)이 도드라지고 입이 커 활발해보였으나 성장하면서 관골은 살에 가려지고 입을 비롯한 이목구비가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

주 교수는 “ 사람이 책임감이나 중압감을 강하게 느낄 때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간다”며 “입꼬리 옆 근육이 심술보처럼 불룩한 것은 심기가 불편한 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 때 만들어 진다. 또 인내를 요할 때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게 되는데 이때 발달한 턱 근육이 입꼬리를 아래로 당겨 자연스럽게 입이 처진 것”으로 분석했다.후계자 수업이 시작된 이후 그의 삶이 즐겁지 만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큰 얼굴에 비해 코와 입 사이 인중이 짧고 윗입술이 말려 올라간 것도 특징이다. 주 교수는 그 이유를 급한 성격에서 찾았다. 급하게 말하고 행동하다보니 인중근육이 발달하여 짧게 느껴지는 것. 주 교수는 “급한 성격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을 것이지만 윗사람에게는 일을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는 모습 등 만족스럽게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울퉁불퉁한 이마…개척형ㆍ노력형=아버지 김정일은 동그랗고 잘생긴 이마를 가졌었지만 김정은은 눈썹 윗부분의 근육발달로 이마가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하다.

주 교수는 굴곡진 이마를 통해 “그가 이제껏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온 것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 폭이 볼의 폭보다 좁고, 눈썹에서 머리털로 이어지는 이마의 높이가 좁은 김정은의 또다른 특징도 그가 두뇌에 비해 행동력이 뛰어나고 열심히 노력하는 성향임을 보여준다.

주 교수는 “김정은은 이중적인 경향이 있다. 자신이 필요할 때는 속마음을 감추고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원하는 것을 얻고, 필요 없을 때에는 상당히 급하고 여유가 없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그의 의중을 정확히 가늠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 교수는 “우리도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이야 김정은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북한 내부를 장악하고 나면 끝까지 손 놓고만 있진 않을 것”이라며 “여유가 없는 성급한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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