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 급성장 과정서 불가촉천민에도 기회 열려…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강해
인도 기업인 아쇼크 카데(56)씨는 어린 시절 늘 맨발로 살았다. 힌두 사원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고 마을 우물의 물을 길어 마실 수도 없었다. 학교 교실에선 다른 친구들과 나란히 앉지 못하고 한 단 아래 바닥에 앉아 공부해야 했다. 정신과 육체가 깨끗하지 못해 살갗만 닿아도 주변이 더러워진다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달릿' 계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은색 BMW 승용차를 타고 고향 거리를 가로질러 그가 재건 비용을 내서 세운 사원에 가서 기도한다. 기도하기 위해 나타날 때마다 마을 유력 인사들은 앞다퉈 달려와 그에게 깍듯이 인사한다.인도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3000년 이상 인도를 지배해온 신분 제도인 카스트가 무너지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1일 보도했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했던 인도는 1991년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급속한 경제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시 장경제 전환 이전 세계 최빈곤국 중 하나였던 인도는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1조6320억달러로 세계 9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구매력 기준 GDP는 4조570억달러로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2010~2011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8.5%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장경제 전환은 달릿 계급에 기회였다. 브라만(승려)·크샤트리아(귀족) 등 상위 계급들이 전통적으로 더럽고 어려운 일을 하지 않는 반면 카스트에도 끼지 못하는 최하층 달릿은 경제 개방으로 생긴 수십만개 일자리에서 기름때를 묻히며 일할 수 있었다. 카데씨도 독일계 선박회사에서 일용 노동자로 일했다. 독일인 동료 노동자 월급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임금이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며 배운 기술과 지식은 자신의 기업을 일구는 데 바탕이 됐다. 2년 뒤 원유 시추 회사를 차린 카데씨는 현재 4500명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 사장이 됐다. 그의 회사 가치는 1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직원 상당수는 그보다 상위 계급 출신이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 왕족이 경영하는 두바이 석유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카데씨는 "불가촉천민의 자식이 왕자의 사업 파트너가 됐다.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라고 했다. 카데씨를 비롯한 달릿 계급 출신 기업가 1000여명은 2005년 '달릿 기업인 협회'를 결성해 달릿 출신의 창업도 돕고 있다.
IHT는 인도의 전통 카스트가 경제발전 과정에서 급속히 무너지고 대신 자본주의적 계급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달릿 출신으로 성공한 기업가는 인구 16%에 달하는 2억명 달릿 중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도 여전히 강하다. 카데씨는 '아쇼크 K'라는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인도에서는 이름만으로 어느 계급에 속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낮은 계급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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