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위기는 시작되고 있다
요약
- 중국 시장, 연준 금리 인상이후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임.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최대 피해국은 중국이라고 주장
- 외환 보유고 3조 달러 하회가능성 높아졌으며, 미국채 최대 보유국도 일본에게 넘겨준 상황
- 트럼프는 대만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 미중간의 타협은 과거보다 어려워질 전망
들어가기에 앞서
최근 미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또, 향후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점도표를 통해 보다 매파적인 자세로 돌아섰음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이머징 마켓은 주요국 금리가 상승하고 통화가치는 급락하면서 불안한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번 '탠트럼이 돌아왔다'에서 필자가 우려했던 상황이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전개될 탠트럼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을 전망이다. 중국발 위기의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1. 중국, 연준발 직격탄을 맞다
1) 중국 시장, 금리인상 충격에 초토화
금리인상 당일인 지난 15일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4%까지 치솟으며 1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장중 22bp 폭등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 상승으로, 연준이 내년 세 차례 금리인상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장 초반 10년물과 5년물 국채 가격이 폭락하자 상하이 거래소 측은 사상 처음으로 국채선물 거래를 중단했고, 인민은행이 약 22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단기 자금시장에 투입한 뒤에야 거래를 재개했다.
당일 위안화 가치도 급락세를 보였다. 위안화는 장중 달러당 6.9353 위안까지 떨어지면서 지난달 24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 6.9330 위안을 경신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중 간 금리 격차가 축소돼 중국에 들어와 있던 외화자금 이탈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상품시장과 주식,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성장률을 지탱했던 수건 돌리기식 버블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공포가 투자자들 사이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림 1. 위안화 가치 추이

2) 금리 인상 최대 피해국은 중국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속화될 경우 중국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6%선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한편 대규모 자본 유출 리스크를 차단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미국을 필두로 한 금리 상승이 버블을 도미노처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5년간 중국의 GDP 대비 부채 증가가 60%포인트에 달한 점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금리 상승이 파괴적인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업계는 중국이 1달러의 GDP 성장률을 이루기 위해 4달러의 부채를 동원하는 실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 수석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상품과 주식, 부동산으로 이어진 버블에 기댄 중국의 성장률이 금리 상승기에는 계속되기 어렵다”라고 내다봤다.
중국 대도시 집값은 지난 18개월 사이 30~50% 폭등했다.구리를 포함한 상품 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뛴 상황이다. 연준의 이번 25bp 금리인상이 예상했던 결과이지만 가이드가 두 차례에서 세 차례로 늘어난 데 따른 충격이 작지 않다는 데 투자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내년 1분기 3% 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중국의 대규모 자본 유출과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경색 등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모건 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최대 단일 피해국은 중국"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2. 밀린 청구서가 날아들다
필자는 올 한해동안 수차례에 걸쳐 중국 경제의 현황과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분석해 왔다. 중국의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과도한 부채와 부동산 버블 등 위험성이 있음은 필자 뿐만 아니라 유수의 매체와 연구 기관에서 지적해왔다. 또, 중국 당국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반론도 지속되어 왔다. 양측의 논쟁이 지루하게 이어져 왔던 것은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가려져 왔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막대한 외환 보유고로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으나, 그러한 주장도 한계를 맞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 달러를 하향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은 최근 중국이 아니라 일본으로 다시 회귀했다. 금리 인상이 빨라질수록 외환 보유고는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보여 주로 외화로 조달되었던 중국의 부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것으로 생각된다.
1) 자본 엑소더스 시작
미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중국 등 신흥시장에 흘러든 자금의 미국 회귀를 재촉한다. 위안화가 10월 이후 달러 대비 크게 절하하면서 자본유출을 부추긴 것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 탓이 컸다. 올들어 10월까지 중국에서 순유출된 자본은 5,3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전했다. UBS는 중국에서 11월 400억달러가 넘는 자본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가 야기할 자본유출을 우려해온 중국 당국은 외환보유액에서 꺼낸 달러를 매도하는 식으로 절하 속도를 늦추고 있다. 11월까지 외환보유액이 5개월 연속 감소한 배경이다. 11월 한달간 691억달러 줄어 지난 1월(-995억달러)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11월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516억달러에 그쳤다. 2014년 6월 4조달러에 육박하던 외환보유액의 3조달러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위안화 대신 달러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11월말 인민은행 외화환전 잔액(수출 등으로 획득한 외환을 환전)이 22조3000억위안으로 한달동안 3827억위안 줄어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도 이같은 추세를 보여준다. 11월 감소폭은 올 1월 이후 최대다.
신은만국증권은 미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연간 5만달러의 환전한도가 새해초부터 다시 적용되기 때문에 2~3개월까지는 외환보유액 감소 압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보유고 3조 달러가 무너지면 IMF가 권고하는 중국 적정 외환보유액(2.8~4.2조 달러)의 하한선에 접근하는 셈이다. 더욱이 중국 외환보유액의 3분의 1가량은 유동성이 거의 없는 자산임을 감안하면 환율 방어 수단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다급해진 중국은 자본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해외 M&A는 물론 외국 기업의 국외송금 절차도 까다롭게 바꾸고 금 수입까지 제한하고 있다.
그림 2. 중국 외환보유고 증감액 추이

2) 부동산 광풍은 언제까지
올해 초 시작된 중국의 부동산 '광풍'으로 1~11월 부동산 판매액이 10.2조 위안(약 1,728조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 위안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11월 부동산 판매가 줄기 시작해 내년에는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장기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부동산 판매 면적이 13.6억 ㎡로 지난해 동기대비 24.3% 증가했으며 부동산 판매액도 10.2조 위안으로 37.5% 급증했다. 12월이 빠졌지만 연간 단위 부동산 판매액이 10조 위안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당국의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되기 이전까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매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당국이 10월부터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이후 11월 한 달간 부동산 판매 면적은 7.9% 증가에 그쳐 전달(26.4%)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1~11월 부동산 판매 면적과 판매액은 1~10월과 비교해 각각 3.7% 포인트, 2.5% 포인트 떨어지면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1~11월 부동산 개발투자 증가율도 지난해 동기대비 6.5%로 1~10월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신문망은 부동산 업계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내년 부동산 시장의 판매 부진이 예상된다"면서 "당국이 내년에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의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적지 않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최대 건설업체 완커의 위량 총재는 "향후 1년내 전국의 주택 거래량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특히 올해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성과 시는 주택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3) 트럼프는 공산주의자와 타협하지 않는다
“중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이후 가장 우려하는 경제마찰을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과 지식재산권 압박으로 꼽고 있다.”(박은하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 미국은 올 2월 교역촉진법 발효로 환율조작국에 대해 실질적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했다.
트럼프는 최근 한 연설에서 "미국 무역적자 중에 중국이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은 "조만간 규칙에 따라야 할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는 "중국은 시장 경제가 아니며,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도 않는다"며 "중국은 그동안 가혹하게 행동했고 중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경쟁력을 키워 왔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그동안 트럼프의 대중 외교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트럼프의 반 공산주의적 성향을 감안할 때, 중국에 우호적인 제스처만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홍콩침례대학의 장 피에르 카베스탄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은 그간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의 외교 정책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그는 "중국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적대감에 눈이 멀었던 나머지, 그보다 더 적대적인 대통령을 맞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며 "대만은 이러한 사정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3. 등터지는 한국, 표정관리 안되는 일본
1)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외국인 자본 이탈 가능성이 커지지만,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가계부채 문제가 걸린다. 국내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만약 기준금리를 올리면 안 그래도 위축된 민간소비가 이자증가 부담때문에 더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뚝 떨어진 것도 한국은행의 걱정을 키우는 요인이다. 15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는 시장의 예상되로 동결되었다. 또, 한은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의 미칠 여파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신중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점도표대로 올릴 경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일 전망이다. 아무리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누차 예고해서 금융시장에 선반영되도록 해도, 당장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긴 어려울 것을 보인다. 작년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렸을 때도 국내 주식시장에선 4조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내년 증권시장 전망에 먹구름이 하나 더 끼었다.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가 거듭 상향 조정되는 기적이 발휘되던지, 배당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으면 국내 증시는 내년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달라진 국제 금융시장 환경을 염두에 두고 내년 투자전략을 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2) 표정관리 안되는 일본
아시아의 대다수 금융당국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일본은 유일하게 금리인상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5일 "일본 정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인상 결정의 영향을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은 미국 경제 개선추세에 기반했으며 세계 경제에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또, 미우라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현재 미국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더해서 일본의 주가와 엔화 환율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좋은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엔화 환율은 1달러에 116엔대 중반으로 지난 2월8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 및 중국과 수출에서 경합하는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화의 평가 절하는 호재일 수 밖에 없다. 아베노믹스의 실행에도 불구, 경제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에 대해 일본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셈이다.
그림 3. 니케이 225 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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