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계량투자전략 – 만천하에 공개된 투자전략으로 알파를 창출할 수 있는가?

계량투자전략 – 만천하에 공개된 투자전략으로 알파를 창출할 수 있는가?

12월 16일       Kangcfa    댓글 12

요약

  • 수많은 계량투자전략이 학계 논문으로 공개되어 있으며, 이 논문들은 대부분은 아무나 공짜로 인터넷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 전략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전략은 웬만한 아마추어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 그렇다면 현명한 투자가들이 그 전략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알파가 감소하고 결국은 소멸하는 것이 아닌가? 에 대한 답을 해드리겠다!
1. 서론
나는 SNEK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계량투자 전략을 선보일 예정이다. 계량투자 전략이란 매수, 매도 전략, 보유 종목 수 등을 계량적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투자전략이다. 즉 그 전략을 처음 본 사람이 전략 내용만 보고도(데이터만 있다면) 곧바로 종목을 선택해서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식당에 걸려 있는 레시피 투자 비슷하다고 보시면 된다. 주방장이 짜증나서 나가버리면 보조가 들어와서 레시피 보고 투자… 아니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계량 투자 전략은 그 전략 자체만 보고도 제 3자가 와서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해야 한다.
<간단한 계량전략 사례(벤자민 그래햄의 1976년 추천 전략, 한국 전략에 적용)>
1. 한국 주식 중
2. PER가 10 이하이고 부채비율이 50% 이하인 주식을 발굴
3. 발굴 주식 중 랜덤으로 30개 주식 매수
4. 산 종목이 50% 상승하거나 2년이 지나면 매도
5. 매도한 금액은 2-3번을 통해 재투자
그리고 특정 계량투자전략을 시도했다면 과거에 어느 나라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는지 설명할 것이다(참고로 그래햄은 사례로 선택한 저 1976년 전략의 미래 CAGR를 15%로 전망했으며, 그래햄의 예언 이후 1976-2011년 실제 CAGR는 미국시장에서 그보다 조금 더 높았던 17.8%였다)
자료원: Quantitative Value(2012)
여기서 핵심은 –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계량투자전략이 공개 이후에도 알파를 유지할 수 있는가? 이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많은 계량투자전략이 학계 논문으로 공개되어 있으며, 이 논문들은 대부분은 아무나 공짜로 인터넷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전략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전략은 아마추어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 “누구나 다 논문을 다운받아서 계량투자전략을 따라할 수 있다. 과거에 특정 전략의 수익률이 높았다 치자. 그러나 현명한 투자가들이 그 전략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알파가 감소하고 결국은 소멸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질문을 할 것이다.
매우 훌륭하고, 예리한 질문이다. 금융시장은 저렇게 운영되는 것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여기서 “그렇다. 계량투자전략의 과거수익 분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명한 투자가들의 노력으로 알파는 사라질 것이다.” 라고 답하고 계량투자전략 발굴을 포기할 수 있다. 아니면 학계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기발한 전략을 개발하려 애쓸 수도 있다. 문제는 아쉽게도 나는 머리가 별로 안 좋아서 그런 전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면 추가질문을 할 수도 있다. “실제 금융시장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일까? 그렇다는 근거가 있는가? 정말 알파는 전략 공개 후 사라지는가??”
실제로 저 질문을 하고 관련 논문을 쓴 분들이 있다.


2. Mc Lean & Pontiff, “Does Academic Research Destroy Return Predictability?”(2016)
 알베르타 대학 교수 맥린(David McLean)과 보스턴컬리지 교수 폰티브(Jeffrey Pontiff)는 다양한 계량 전략의 미국시장 수익이 논문으로 발표된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
그들은 80개 논문을 분석하여 97(!!) 계량투자 전략의 수익률을 분석했다. 이 97개 전략에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가치투자, 모멘텀, 수익성 투자 등 들어봤을 만한 계량 투자 전략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두 교수들은 주식을 5분위로 나뉘어 우수 5분위 수익에서 열등 5분위 수익을 제한 롱숏 수익률을 계산했다.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측정 시기별 계량투자 전략 월별 알파>
A라는 논문에 어떤 교수가 1963-1990년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문을 1995년 발표했다 치자. 그렇다면 In Sample 알파는 1963-1990년 수익을 계산했을 때 발생한 알파이다. Out-of-Sample 알파는 논문 데이터가 끝난 1991-2013년 알파이다(두 교수는 2013년 데이터까지만 분석함). 그리고 Post Publication, 즉 논문 공개 후 알파는 1995-2013년 알파이다.저건 무슨 말인가?
보시다시피 Out of Sample 월별 알파는 0.402%, 즉 In Sample의 74%에 불과하며, Post Publication Alpha는 0.264%, 즉 In Sample 알파의 42%에 그친다.
즉 알파가 완전 사라지지는 않지만 논문 게재 후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는 결론이다.
여기까지 보면 “당연하지! 전략이 공개되었는데 당연히 알파는 줄어드는 거지!! 그래도 0 이상인 것이 신기하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 이걸로 끝난 것인가? 전략 공개 이후 알파는 정말로 반 이상 날라가는 것인가? 저 결론이 맞다면 나는 당장 SNEK 게재를 중단할 것이다. 내 알파가 반토막 나면 손해가 정말 막심하니까…
자, 그 전 다음 논문의 결과를 살펴 보자.


3. Jacobs & Mueller: “Anomalies across the globe: Once public, no longer existent?”(2016)
독일 만하임 교수 야콥스(Heiko Jacobs)와 하일브론 교수 뮐러(Sebastian Mueller)는 위 맥린&폰티브의 논문을 보고, 저 결과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실험해 보면 어떨까?
라는 대단히 훌륭한 질문을 했다.
독일 사람들은 보통 한 분야에 꽂히면 그 분야를 뿌리 뽑으려 한다. 일본 오타쿠가 유명하나 독일도 한번 시동이 걸리면 일본 애들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막강한 오타쿠 기질을 발휘한다. 그래서 독일에 규모는 작지만 세계 1위 기술력을 자랑하는 히든챔피언 기업이 1,300개가 넘는 것이다. 물론 가끔 유대인 학살 등 관심분야가 이상하게 잡히면 걷잡을 수 없는 병신력을 보이기도 한다.
야콥스와 뮐러는 올해 7월 말 오타쿠 기질을 제대로 담은 슈퍼논문을 세상에 선보였다.
논문 구조는 맥린&폰티브와 비슷한데, 이 두 독일 교수들은 39개국(!!)에서 1984-2013년 논문 수백개를 분석하여 계량 전략 138개(!!!)의 각국(!!!) 수익을 분석했다. 1개국 1개 전략 분석도 쉽지 않은데 저들은 얼마나 노력과 피땀을 쏟아 부었는지 상상을 하기도 싫다.
먼저 국제 시장의 In Sample 결과를 살펴 보자.
<39개국 계량투자전략 In Sample 알파>
자료원: “Anomalies across the globe: Once public, no longer existent?”(2016)
Anomalies 밑에 총 138개 전략 중 국가별로 수익률 테스트가 가능했던 전략 수가 표기되어 있으며, Equally Weighted Returns 밑에 모든 테스트한 계량전략의 균등가중 평균 알파가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Value Weighted Returns 밑에는 모든 테스트한 계량전략의 가치가중 평균 알파가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별이 3(2,1)개 붙어 있으면 이 내역이 1%(5%,10%)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뜻이다.
보시다시피 아르헨티나나 터키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계량투자 전략은 알파를 생산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 Post Sample과 Post-Publication 알파는?
<39개국 계량투자전략 Post Sample 및 Post-Publication 알파>
자료원: “Anomalies across the globe: Once public, no longer existent?”(2016)
저 도표를 보면 국별로 Post-Sample, Post-Publication 알파가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맨 밑에서 미국 결과를 살펴보면 알파가 상당히 감소한 것이 보인다. 별이 3개 붙은 것을 보니 통계적으로 1% 레벨에서 유의미할 정도로 미국 시장 알파가 감소했다. 위에 소개한 맥린&폰티브의 결과와 동일하다.
그런데… 잠깐!!!
알파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감소한 국가는… 미국밖에 없었다. 39객 국 중 다른 나라는 알파가 감소하지 않았다.
읭??
심지어 한국 같은 곳은 균등가중 포트폴리오에서 Post Sample Alpha와 Post Publication Alpha가 오히려 늘어났단다! 그것도 통계적으로 1% 레벨에서 유의미할 정도로. 다시 한번 우리나라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알파가 감소한 경우는 있다(덴마크, 멕시코, 네덜란드 등). 그러나 알파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감소한 나라는 단 한 개도 없었다.


4. 전략이 공개되었는데도 알파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이와 관련 여러가지 이론이 있다.

A. 리스크 : 계량 투자 전략의 리스크가 높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저 PBR주의 수익률이 고 PBR주보다 더 높은 것이다. 금융이론적으로는 리스크가 높은 전략의 수익은 당연히 리스크가 낮은 전략의 수익보다 높아야 한다. 이럴 경우 더 (리스크가 높은) 계량투자전략의 높은 수익률은 계속 유지될 수 있다(이를 알파라 부르기는 어렵겠지만)

B.멍청한 투자가들행동경제학자들은 투자가들이 멍청함으로 끊임없이 비슷한 패턴의 실수를 범해서 특정 전략의 알파가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인간의 행동은 합리성과 거리가 멀지 않던가? 인간이 정확히 어떤 식으로 멍청함을 분출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이론이 있는데 나는 노벨상 수상자 카네만(Daniel Kahneman)의 명저 ‘생각에 관한 생각’을 추천한다.

C. 차익거래의 한계(Limits to Arbitrage): 차익거래는 리스크가 있다. 일정 주식을 매수하고 다른 주식을 공매도를 했는데 저 주식들이 내가 원하는 방향의 반대로 갈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에는 멍청한 투자가들이 하도 많아서 시장은 특히 단기적으로는 상당히 랜덤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더욱더 그렇다. 그리고 공매도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공매도 잘못하면 한 방에 훅 갈수도 있지 않는다. 그래서 공매도를 꺼려하는 투자가들은 매우 많다.

D. 커리어 리스크 : 이게 아마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투자기관에서 남의 돈을 굴리면 그냥 남들과 비슷하게 투자하고 주가지수와 비슷하게 가는 것이 가장 속 편하다. 피터 린치도 IBM을 샀다가 돈을 잃으면 (멍청한) 보스와 고객이 “IBM 요즘 도대체 뭐가 문제야” 라고 하지만 내가 계량투자 전략을 써서 만호제강을 사서 돈을 잃으면 “넌 도대체 뭐가 문제야” 라 할 것이라 경고했고, 이것이 몇 번 반복되면 내가 짤릴 것이라고 예언하셨다. 그래서 알파전략을 알면서도 사용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미국에서는 알파가 감소하나?
일단 미국 투자가들의 투자 지식 및 경험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몇 십년 전부터 국민들이 주식에 투자해 버릇해서 기본적인 수준이 높다. 그리고 미국에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수천 개의 헤지펀드가 존재하는데 그들은 알파를 찾기 위해 수많은 논문을 뒤져보고 실제로 활용도 하는 모양이다. 

이게 허용되는 이유는 위에 언급한 수준 차이로 고객과 보스들이 덜 멍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맥린&폰티브에 따르면 논문 발표 이후 미국에서는 관련 전략과 적합한 주식의 회전율, 거래량, Short Interest가 증가하고 알파가 감소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는 헤지펀드가 많이 존재하지 않으며, 뮤츄얼펀드 등 다른 기관에 있는 투자가들은 앞에 언급한 커리어 리스크 때문에 알파 추구 전략을 덜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솔찍히… 한국 금융계 같은 곳에서 계량투자 논문들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임직원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대부분 금융계 종사자들은 CFA 정도를 패스할 수 있을 정도의 초보 금융지식 + 중급 영어지식 정도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 중 실제로 관련 논문을 읽는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라 추정한다. 또 그 중에서 커리어 리스크 때문에 소신 것 투자할 수 있는 투자가는 더더욱 적을 것이다.


5. 결론
내 자산 규모를 밝히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계량투자전략을 공개해서 내 투자 CAGR가 2-3%만 감소해도 내가 인세, 기고료, 강연료 등으로 벌어드릴 수 있는 금액보다 개인투자로 인한 금전적 손실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러나 Jacobs, Mueller의 논문을 통해 내가 아무리 좋은 전략을 공개해도 내 알파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한국은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지속적으로 신나게 계량투자 전략을 공개할 것이다. 간단하게 CAGR 20% 벌 수 있는 전략은 정말 많다. 그래도 이런저런 이유로 저 전략을 실제로 따라 하시는 분들은 적을 것이라 견지된다. 그러나 그 적은 분들을 구제(?) 하는 것도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