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돋보기로 보면 더하다.
첫째, 돈이 없다.
파리에서 한국 일본 중국인만 소매치기 당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파리사람은 돈이 없다. 털어봤자 나오는 게 없으니, 동양인 집중 타겟이 현실이다.
현금인출기에서 파리지앙들이 얼마나 현금을 꺼내 가나 보면, 수 십 유로씩이다. 한 잔의 커피, 한 갑의 담배 값만 인출하는 것이다. 파리사람들이 얼마나 째째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택시가 없다.
파리택시가 1만대 선이다. 하루 8시간 3교대로 나누면 3천대 수준이다. 1천만 도시에 고작 3천대.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는 특별한 재주를 부리지 않는 한, 택시타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출퇴근시간에 택시잡기는 전쟁수준이다.
셋째, 중앙선이 없다.
대로상 도로에 중앙선이 없다. 알아서 운전하라는 뱃장이다. 양의 위장 속 같은 도로에서도 파리사람들은 잘도 운전한다. ‘도시는 선이다’라는 서울시장님의 명령을 들으며 살아온 한국인으로서는 난감, 앞이 캄캄하다.
넷째, 주차장이 없다.
그나마 있던 것도 모조리 없애서 외길 통행길로 만들고 있다.
불평하는 외국인에게 파리시장은 자전거를 타라고 추천한다.
손바닥만큼 남은 주차공간에서 앞 뒤 차들이 앞 뒤로 엉덩이로 미는 것은 기본이다. 성한 차를 보기가 가물에 콩이다.
불법주차하면 끌어가는데, 비싼 벌금 내고 기를 쓰고 찾아오는 술래잡기 게임이 생활이다.
다섯째, 빈 아파트가 없다. 또는 거의 없다.
외국인은 더 하다. 유학생의 경우, 10년안에 대학생 전용 임대 아파트를 지금의 2배로 늘린다는 정부계획이 지난주 발표되었다. 오죽하면. 그러나 학생 수 또한 늘어날 것이니, 느림보 거북이의 뺑뺑이 돌기와 같다.
여섯째, 제대로 된 일손이 없다.
배관공 전기공 타일공 열쇠공 자동차 기능공 등 생활을 위한 수리 보수 기능자들이 턱도 없이 모자란다. 콧대도 높다. 값에 비하여 실력은 보잘 것 없다. 그러고도 자존심은 하늘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배째라!’ 뱃장 수준이다. 블루칼라 존중의 정도가 너무 심하여 소비자 권리는 땅속이다.
일곱째, 보육원 유치원 자리가 없다.
프랑스는 출산율이 1.8이다. 한국은 1.2 이하이다. 파리는 출산을 늘리는데는 성공했지만, 보육원 유치원 자리를 준비하는 데는 실패했다. 보육원 유치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소아과 의사도 마찬가지. 아이는 한 두 해에 만들 수 있지만, 전문의를 만드는데는 10년이 걸린다. 결과적으로 소아과 의사가 모자라서 난리이다. 무한 의료복지 국가라 더 하다. 공짜는 공짜인데, 진찰은 물론이요, 입원 또한 바늘구멍이다.
여덟째, 일자리가 없다.
실업자가 300만에 육박한다. 취업연령 인구의 8명중 한명이 실업자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 모두가 최저임금을 실업자 수당으로 가져간다. 천문학적인 수치이다. 그러고도 나라가 유지되는 것이 희한하다.
더 놀라운 것은 80만개의 일자리가 텅텅- 비어있다는 사실이다. 실업자 주제에 “집에서 멀다, 손에 물 묻히기 싫다, 작업환경이 나쁘다, 쓰레기 치우기는 죽어도 못한다” 등을 이유로 주어지는 일자리를 왕따 놓는 사치성 실업자가 즐비하다는 것이다. 빈곤 속의 풍요란 바로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홉째, 에티켓이 없다.
개똥 안 치우기, 주말에 아파트 하늘이 찢어져라- 풍악 울리기, 담뱃재 길바닥에 버리기 등. 싱가포르 사람들이 보면 기절할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열 번째, 정의감이 없다.
지하철 안에서 소매치기 당하는 피해자를 봐도 모른 체 한다.
경찰은 한 수 더 뜬다. 도둑을 만나면 달라는 대로 다 주고 경찰에 신고하라는 인쇄 안내물을 돌린다. 신고하여 범인이 잡혀 도둑 맞은 물건을 찾아주었다는 결과는 거의 없다. 신고를 위한 신고로 만족하라는 뜻이다. 철저한 첨단 개인주의의 산물이다.
열 한번 째, 제대로 된 공항이 없다.
인천 영종도 공항에 비하면 드골공항은 이제 시골공항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안에 새 공항을 지을 계획도 없다.
열 두 번째, 공항 교통수단이 없다. 또는 거의 없다.
공항 교외선은 범죄소굴이고, 공항 고속도로는 주차장 수준의 교통체증이다. 전용 철도 계획이 있었는데, 완공 일정이 요원하다.
내가 나에게 묻는다.
(도대체 왜 이런 도시에서 살지?)
그런데도 해마다 ‘세계인들이 뽑는 도시’에서 파리는 꼭 10위 안에 드는 상위권을 차지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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