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또 해석의 문제이지만... 이럴 경우 해석이 합리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라는 것이 관건이고 그것은 또 관점의 문제로 돌아온다. 완전한 객관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음을 또 다시 보여주는 방증이다.
독일의 주말 거리는 ‘썰렁’하다. 대부분의 상점은 일요일과 공휴일에 문을 닫는다. 철도역과 고속도로의 휴게소 등 일부 점포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문을 연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점포의 일요일 영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식료품점은 오전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영국은 매장면적 280㎡(84.7평)를 초과하는 대규모 소매점의 일요일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얻을 경우 영업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 경우에도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된다.
대규모 소매점의 허가 조건도 까다롭다. 독일은 ‘10%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진출할 경우 주변 중소상공인들의 매출액이 기존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출점은 불가능하다. 프랑스에서 300㎡(90.75평) 이상의 소매 점포는 신설·증설 모두 관할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1500㎡(453.75평)를 초과하는 대형매장은 해당 지역의 지역상업시설위원회(CDE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CDEC에는 해당 지역의 중소상공인 대표가 참여한다. 파리 시내에서 대형마트를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영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대형마트 측과 보수 언론들은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 조치를 문제 삼고 나선다. 소비자들의 불편이 심각하고, 소비 위축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달에 이틀 ‘강제휴업’을 실시한 결과, 납품업체 종사자들과 대형마트 입점업체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영업일수 단축으로 매출이 하락해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그러나 대형마트 규제는 중소상공인들과 사회적 여론의 비판이 누적되어 온 결과다. ‘공정한 경쟁’에 대한 요구다. ‘경제민주화’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의미심장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내 각계 단체들이 모여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를 출범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참여사회연구소를 비롯해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한국진보연대 좋은기업센터 등의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청년유니온 등 노동조합도 힘을 보탰고,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금융소비자협회 YMCA 등도 참여했다. 민교협과 전국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등 학계와 민변도 ‘경제민주화’의 가치 아래 모여들었다.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구축함으로써 균형 있는 국민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경제적 불평등의 악화를 막기 위해 ‘기회의 평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자유시장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장의 자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해석되는 헌법 119조 2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재벌은 ‘기회의 평등’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김 부원장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지 않고 민주화를 말하는 것”만큼이나 “재벌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경제적 불평등의 핵심을 재벌의 독점과 팽창으로 본 것이다. 김 부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소득주도 성장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여 내수 소비를 촉진시키고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한편, 거시경제 균형을 이뤄 지속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민주적 성장론’이라고 불렀다.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남근 변호사는 “개별 기업을 단위로 하는 회사법으로는 (재벌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율이 어렵다”며 ‘기업집단법’을 제안했다.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간주해 규제하자는 것이다. 재벌 총수일가가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도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현실을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각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례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또 “재별개혁은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과 카페 및 베이커리 등 도·소매업, 음식점과 단순 서비스업종 등 ‘생계형 서비스업’에까지 진출하면서 중소상공인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하도급법을 개정하고, 중소기업 조합의 공동행위(납품·협상 등)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조세 혜택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2010년 10대 재벌기업과 대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은 각각 15.1%와 16.5%를 기록해 비10대 재벌기업(20.3%)과 중소기업(22.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오히려 돈을 더 잘 버는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깎아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변호사는 법인세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하고,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세와 증여세법을 개정해 ‘유사 상속 행위’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제안했다. 최소한 노동조건과 고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경영 사안에 대해 노조의 교섭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헌호 소장은 “재벌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지배구소 개선에 있다”면서 ‘독일식 이원적 지배구조’를 대안으로 내놨다. 기업 이사회를 통제하는 감사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여기에 주주 대표와 종업원 대표를 참가시키는 내용이다.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 대신, 재벌 총수의 전횡을 규제하는 강력한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좋은기업센터 정란아 사무국장은 “재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며 “경제민주화의 내용들이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벌개혁 논의가 자칫 시민들의 폭넓은 호응을 받지 못한 채 ‘탁상공론’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한 대목이다. 그는 또 노동자의 경영참가에 대해 “(독일에 비해) 노동자 대표가 대표할 수 있는 노동자의 범주가 한국사회에서는 너무 좁다”며 노동자 대표성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출범한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는 재벌개혁을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로 꼽고, 향후 이와 관련된 논의를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주요 정당에 입법 청원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하도급제도 개선,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 조세개혁 방안 등에 대한 토론회도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주말 거리는 ‘썰렁’하다. 대부분의 상점은 일요일과 공휴일에 문을 닫는다. 철도역과 고속도로의 휴게소 등 일부 점포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문을 연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점포의 일요일 영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식료품점은 오전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영국은 매장면적 280㎡(84.7평)를 초과하는 대규모 소매점의 일요일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얻을 경우 영업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 경우에도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된다.
대규모 소매점의 허가 조건도 까다롭다. 독일은 ‘10%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진출할 경우 주변 중소상공인들의 매출액이 기존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출점은 불가능하다. 프랑스에서 300㎡(90.75평) 이상의 소매 점포는 신설·증설 모두 관할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1500㎡(453.75평)를 초과하는 대형매장은 해당 지역의 지역상업시설위원회(CDE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CDEC에는 해당 지역의 중소상공인 대표가 참여한다. 파리 시내에서 대형마트를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영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대형마트 측과 보수 언론들은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 조치를 문제 삼고 나선다. 소비자들의 불편이 심각하고, 소비 위축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달에 이틀 ‘강제휴업’을 실시한 결과, 납품업체 종사자들과 대형마트 입점업체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영업일수 단축으로 매출이 하락해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그러나 대형마트 규제는 중소상공인들과 사회적 여론의 비판이 누적되어 온 결과다. ‘공정한 경쟁’에 대한 요구다. ‘경제민주화’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의미심장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내 각계 단체들이 모여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를 출범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참여사회연구소를 비롯해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한국진보연대 좋은기업센터 등의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청년유니온 등 노동조합도 힘을 보탰고,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금융소비자협회 YMCA 등도 참여했다. 민교협과 전국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등 학계와 민변도 ‘경제민주화’의 가치 아래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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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여의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사에 내걸린 현수막. ⓒ이치열 기자 | ||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재벌은 ‘기회의 평등’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김 부원장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지 않고 민주화를 말하는 것”만큼이나 “재벌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경제적 불평등의 핵심을 재벌의 독점과 팽창으로 본 것이다. 김 부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소득주도 성장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여 내수 소비를 촉진시키고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한편, 거시경제 균형을 이뤄 지속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민주적 성장론’이라고 불렀다.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남근 변호사는 “개별 기업을 단위로 하는 회사법으로는 (재벌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율이 어렵다”며 ‘기업집단법’을 제안했다.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간주해 규제하자는 것이다. 재벌 총수일가가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도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현실을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각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례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또 “재별개혁은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과 카페 및 베이커리 등 도·소매업, 음식점과 단순 서비스업종 등 ‘생계형 서비스업’에까지 진출하면서 중소상공인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하도급법을 개정하고, 중소기업 조합의 공동행위(납품·협상 등)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조세 혜택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2010년 10대 재벌기업과 대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은 각각 15.1%와 16.5%를 기록해 비10대 재벌기업(20.3%)과 중소기업(22.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오히려 돈을 더 잘 버는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깎아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변호사는 법인세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하고,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세와 증여세법을 개정해 ‘유사 상속 행위’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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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 ||
좋은기업센터 정란아 사무국장은 “재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며 “경제민주화의 내용들이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벌개혁 논의가 자칫 시민들의 폭넓은 호응을 받지 못한 채 ‘탁상공론’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한 대목이다. 그는 또 노동자의 경영참가에 대해 “(독일에 비해) 노동자 대표가 대표할 수 있는 노동자의 범주가 한국사회에서는 너무 좁다”며 노동자 대표성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출범한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는 재벌개혁을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로 꼽고, 향후 이와 관련된 논의를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주요 정당에 입법 청원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하도급제도 개선,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 조세개혁 방안 등에 대한 토론회도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