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5일 월요일

파리 시내에 대형 마트가 없는 이유

결국은 또 해석의 문제이지만... 이럴 경우 해석이 합리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라는 것이 관건이고 그것은 또 관점의 문제로 돌아온다.  완전한 객관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음을 또 다시 보여주는 방증이다.

독일의 주말 거리는 ‘썰렁’하다. 대부분의 상점은 일요일과 공휴일에 문을 닫는다. 철도역과 고속도로의 휴게소 등 일부 점포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문을 연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점포의 일요일 영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식료품점은 오전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영국은 매장면적 280㎡(84.7평)를 초과하는 대규모 소매점의 일요일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얻을 경우 영업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 경우에도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된다.
대규모 소매점의 허가 조건도 까다롭다. 독일은 ‘10%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진출할 경우 주변 중소상공인들의 매출액이 기존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출점은 불가능하다. 프랑스에서 300㎡(90.75평) 이상의 소매 점포는 신설·증설 모두 관할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1500㎡(453.75평)를 초과하는 대형매장은 해당 지역의 지역상업시설위원회(CDE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CDEC에는 해당 지역의 중소상공인 대표가 참여한다. 파리 시내에서 대형마트를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영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대형마트 측과 보수 언론들은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 조치를 문제 삼고 나선다. 소비자들의 불편이 심각하고, 소비 위축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달에 이틀 ‘강제휴업’을 실시한 결과, 납품업체 종사자들과 대형마트 입점업체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영업일수 단축으로 매출이 하락해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그러나 대형마트 규제는 중소상공인들과 사회적 여론의 비판이 누적되어 온 결과다. ‘공정한 경쟁’에 대한 요구다. ‘경제민주화’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의미심장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내 각계 단체들이 모여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를 출범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참여사회연구소를 비롯해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한국진보연대 좋은기업센터 등의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청년유니온 등 노동조합도 힘을 보탰고,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금융소비자협회 YMCA 등도 참여했다. 민교협과 전국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등 학계와 민변도 ‘경제민주화’의 가치 아래 모여들었다.


   
▲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여의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사에 내걸린 현수막. ⓒ이치열 기자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구축함으로써 균형 있는 국민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경제적 불평등의 악화를 막기 위해 ‘기회의 평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자유시장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장의 자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해석되는 헌법 119조 2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재벌은 ‘기회의 평등’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김 부원장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지 않고 민주화를 말하는 것”만큼이나 “재벌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경제적 불평등의 핵심을 재벌의 독점과 팽창으로 본 것이다. 김 부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소득주도 성장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여 내수 소비를 촉진시키고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한편, 거시경제 균형을 이뤄 지속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민주적 성장론’이라고 불렀다.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남근 변호사는 “개별 기업을 단위로 하는 회사법으로는 (재벌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율이 어렵다”며 ‘기업집단법’을 제안했다.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간주해 규제하자는 것이다. 재벌 총수일가가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도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현실을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각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례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또 “재별개혁은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과 카페 및 베이커리 등 도·소매업, 음식점과 단순 서비스업종 등 ‘생계형 서비스업’에까지 진출하면서 중소상공인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하도급법을 개정하고, 중소기업 조합의 공동행위(납품·협상 등)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조세 혜택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2010년 10대 재벌기업과 대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은 각각 15.1%와 16.5%를 기록해 비10대 재벌기업(20.3%)과 중소기업(22.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오히려 돈을 더 잘 버는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깎아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변호사는 법인세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하고,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세와 증여세법을 개정해 ‘유사 상속 행위’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제안했다. 최소한 노동조건과 고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경영 사안에 대해 노조의 교섭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헌호 소장은 “재벌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지배구소 개선에 있다”면서 ‘독일식 이원적 지배구조’를 대안으로 내놨다. 기업 이사회를 통제하는 감사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여기에 주주 대표와 종업원 대표를 참가시키는 내용이다.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 대신, 재벌 총수의 전횡을 규제하는 강력한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좋은기업센터 정란아 사무국장은 “재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며 “경제민주화의 내용들이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벌개혁 논의가 자칫 시민들의 폭넓은 호응을 받지 못한 채 ‘탁상공론’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한 대목이다. 그는 또 노동자의 경영참가에 대해 “(독일에 비해) 노동자 대표가 대표할 수 있는 노동자의 범주가  한국사회에서는 너무 좁다”며 노동자 대표성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출범한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는 재벌개혁을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로 꼽고, 향후 이와 관련된 논의를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주요 정당에 입법 청원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하도급제도 개선,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 조세개혁 방안 등에 대한 토론회도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 6월 20일 수요일

WSJ 유럽이 무너진다면 아시아의 미래는?

By ALEX FRANGOS
이번 그리스선거결과로 유럽 금융위기가 아시아로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진정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요일 국채수익률이 다시 급증한 스페인 문제와 그리스정부가 9월까지 구제금융 목표치를 충족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긴축정책을 채택해야 함에 따라, 유럽경제 및 금융시스템이 무너진다면 아시아에서 유럽경제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어느 나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AFP/Getty Images
An employee walks at Athens stock exchange on June 18, 2012.
2008년 금융위기 사례를 보면 글로벌경제가 휘청거릴 대면 아시아 전체가 타격을 입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각국의 글로벌무역 및 금융 노출도, 외환보유고, 튼튼한 정부재정, 금리인하를 단행할 여지가 있는 중앙은행 존재 여부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시아국가 정부는 서방국가에 비해 금리인하와 정부지출 증가를 통한 부양책을 펼칠 여력이 많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새로운 문제가 생겨난 상태이며, 인도와 일본, 베트남 등 일부 국가는 다시 위기가 닥칠 경우 과거보다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리처드 제람은 “레만 파산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금융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가 단기적으로는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유로존을 탈퇴하거나(여전히 가능한 시나리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가 유럽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게 된다면, 아시아 주가와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한편 무역이 급감하고 가계 및 기업에 대한 대출이 말라붙으면서 경제가 둔화될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한국과 홍콩, 일본과 타이완, 싱가포르,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이러한 상황에서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GDP의 50%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수출이 차지하고 있으며, 타이완경제의 무역의존도는 70%에 이른다.
“유럽연합은 여전히 아시아의 주요 무역시장이며 단기적으로는 다른 시장으로 쉽게 대체할 수 없다”고 산제이 마두르 RBS 이코노미스트는 말한다.
국제은행의 자금지원과 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은 2008년 금융위기 동안 외국은행의 대(對)아시아 대출이 1% 감소할 때마다 국내은행 역시 대출을 0.6% 줄임에 따라 중소기업과 수출업체의 자금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금융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유럽은행에 대한 노출도가 높기 때문에 유럽발 위기가 몰려올 경우 대형은행의 정리해고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GDP의 무려 20%에 달하는 은행차관을 유럽에서 대출받은 상태이다. 반면, 금융시스템이 폐쇄된 중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무역과 금융노출도가 높은 국가 중 일부는 경기침체를 방지할 만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홍콩과 싱가포르는 경기부양에 동원할 수 있는 막대한 예비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2008년 이래 위기대비 조치를 취해 온 국가도 있다. 글로벌위기 당시 금융부문 타격과 통화가치 50% 절하를 경험한 한국은 외환보유고를 늘렸으며 단기외채에 대한 금융부문 의존도를 줄였다. 태국은 수출이 말라붙었을 때 가계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과 농가소득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가 부양책이나 내수 덕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2008년 및 2009년과는 달리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할 경우 채택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은 나라도 존재한다. GDP의 200% 이상인 정부부채를 안고 있으며 이미 시행되고 있는 초저금리 및 중앙은행 국채매입 프로그램 때문에 통화정책 조정여지가 많지 않은 일본은 유럽발 위기로 옌 가치가 더욱 올라가는 한편 유럽수출이 감소하면서 발생할 타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그래픽 보기]
인도 역시 2008년에 비해 취약한 상황이다. 경상적자가 높기 때문에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외국에서 더 많은 자본을 빌려와야 하지만 글로벌시장이 휘청거린다면 자본확보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또한 정부부채 수준이 높기 때문에 부양책 시행도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지속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대대적으로 삭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외환보유고도 2008년에 비해 적다.
한편, 경제성장 둔화와 고인플레이션(최근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으로 고전하고 있는 베트남은 인도와는 달리 유럽수출비중(GDP의 13%)이 높기 때문에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2009년 대출급증으로 은행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부양책 시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정부는 또 한번의 대대적인 부양책을 시행할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더 낮으면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률을 선호하기 때문에 2008년과 같은 수준의 부양책을 채택하지는 않을 것이라 시사했다. 중국정부가 대형 부양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중국수출 의존도가 높은 호주와 말레이시아 등 이웃국가의 경제성장률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번 그리스선거결과가 시사하듯이 유로존위기 방지가 가능할 수도 있다. 유로가 살아남고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경기침체는 끝나지 않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시나리오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계속된다면 아시아가 계속 경제성장을 이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시아 각국은 유럽이 그럭저럭 유지되는 시나리오에 대비가 잘 되어 있다. 유럽 경기침체가 심화되지 않는 이상 아시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