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4일 화요일

맞벌이부부 퇴근 후 화풀이 피하기

http://realtime.wsj.com/korea/2011/10/05/%EB%A7%9E%EB%B2%8C%EC%9D%B4-%EB%B6%80%EB%B6%80-%ED%87%B4%EA%B7%BC-%ED%9B%84-%ED%99%94%ED%92%80%EC%9D%B4-%ED%94%BC%ED%95%98%EA%B8%B0/
By ELIZABETH BERNSTEIN

로드 맥킨지(36세)는 퇴근하고 아내보다 먼저 집에 도착해 기분이 좋았다.
강아지 밥을 준 다음 다이어트펩시 캔을 따고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TV쇼를 보았다. 전화가 울렸다. 퇴근길 아내의 전화였다. 아내는 마감하느라 야근까지 감수한 프로젝트의 핵심을 상사가 갑자기 변경해 버렸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라고 몇 분에 한번씩 대답하면서 계속 TV를 보았다. 지금 듣고 있냐는 아내의 질문에 그가 대답하지 않자 아내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집에 도착했을 때 부인 미셸(40세)은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다. 부엌에 빈 콜라캔이 있는 걸 보고 “집에 와서 이제껏 뭐했어?”라고 물었다.
“지금 보고 있잖아.”
“저녁 차릴 생각은 안하고?”

“왜 저녁 차리는 게 항상 내 몫인데?”
피곤하고 배고프면서도 일에 대해 싹 잊고 싶지만 아직 그럴 수 없는 퇴근 직후 악몽의 시간이다. 저녁식사도 만들어야 하고 애들 밥도 줘야 되고 관심을 요구하는 배우자 상대도 해줘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IT기업의 기술자원부서 책임자인 로드 맥킨지는 말한다. “이기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시간이다. 혼자 쉬고 싶기 때문에 상대를 생각해 주기가 어렵다.”
“내가 하소연을 하고 싶은 시간과 남편이 혼자 있고 싶어하는 시간이 겹친다는 게 힘들다”라고 주류업체 영업매니저인 미셸은 토로한다.
아내가 슬리퍼와 술 한 잔을 들고 퇴근하는 남편을 문가에서 맞이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부부 모두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 디지털기기를 통해 계속 일에 매여 있다 보니 집과 직장의 경계 역시 희미해지고 있다.
부부 각자는 상대가 어떻게 해주기를 기대하며 집에 온다. 배우자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내버려 두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여성은 관계를 통해 스트레스 등 감정을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퇴근 후 남편에게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반면 남성은 혼자서 걱정이나 불안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스트레스 번짐”이라는 개념은 외부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부부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지칭한다. 데이트사이트인 이하모니가 결혼 5년 내인 부부 300쌍을 대상으로 장기조사를 시행한 결과,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배우자에게 말을 했는데 힘이 되는 반응을 얻지 못한 경우 관계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날 부부싸움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배우자가 잘 들어주는 등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면 부부만족도가 잘 유지되고 다툴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심리학자이자 이하모니의 R&D책임자인 지안 곤자가 박사는 “배우자가 하는 말을 듣고 힘이 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반면, 긍정적인 사건을 공유하는 것은 배우자 반응에 상관 없이 관계만족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상대가 좋은 반응을 보일 경우 부부싸움의 가능성이 줄어들며 앞으로도 부정적인 사건 대신 긍정적인 사건에 대해 배우자에게 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긍정적 사건에 대한 공유는 부부관계에 지속적인 도움이 된다”라고 곤자가 박사는 말한다.
그러나 퇴근 후 시행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최근 코넬대학교 연구진이 약 240만 명의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에 올린 영문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아침에 올라온 내용은 긍정적인 반면, 늦은 오후가 되면서 저녁 사이에 내용이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다가 저녁이 늦어지면서 다시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 루비노(47세)는 요리하기를 좋아하지만 몇 년 전 더그 도튼(41세)과 동거를 시작한 이후 저녁상 차리기는 문젯거리로 떠올랐다. 시애틀의 소프트웨어대기업에서 프로젝트매니저로 근무하는 더그는 세부사항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는 성격이며 요리를 할 때도 재료를 아주 꼼꼼하게 썰고 다진다. 45명의 직원을 둔 마케팅대행업체 사장인 존은 이러한 모습을 보며 재촉하기 일쑤였다. 이렇게 다투는 동안 강아지는 놀아달라고 낑낑댔고 저녁식사가 완성될 쯤이면 서로에게 화가 나 말도 안 하는 상태였다. “저녁식사 시간임에도 편하지도 즐겁지도 않았다”라고 더그는 말한다.
요즘은 더그가 상을 차리고 정리를 하는 동안 존은 지하실에서 강아지와 놀아준다. 저녁식탁에 앉을 때쯤이면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람들은 커플이 활동을 같이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맥킨지 부부는 뉴저지 자택에 남편의 안식처를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했다. 남편 로드가 자기 방에 들어가 TV를 보며 음료수 캔을 잔뜩 쌓아 놓는 동안, 부인 미셸은 자신의 블로그 ‘허비다이어리’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며 이따금 하는 부부싸움에서 재미있는 점을 찾는다.

뉴욕 몬테피오르 의료센터 행동의학팀 부책임자이며 심리학자인 스캇 웨츨러 박사는 “화자-청자 기법”을 제시한다. 부부 중 한 명이 말을 하는 동안에는 상대가 방해하지 않고 경청한 후 방금 들은 말을 반복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순서를 바꿔준다.
“말하기보다 어려운 경청을 가르쳐 주는 기법이다.”
결혼 초 뉴저지의 심리학자인 린다 비토는 호스피스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며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저녁 후 남편에게 자신이 돌보는 환자에 대해 이야기하면 남편은 짜증스럽게 반응했고 결국 그들 부부는 이혼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빵이나 과자를 구우면서 조용히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가 당신 배우자라는 이유로 스트레스 해소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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