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9일 화요일

까페-경찰 전쟁, 3년차

까페-경찰 전쟁,  3년차
살다보면 참 재미나는 일을 만나는 수가 있다. 어제 일이다.
“어? 이것 봐라?”
함께 근무하는 근무자가 인터넷을 들여다 보다 놀란 목소리를 낸다.
-?
“어허, 원 세상에.”
-무슨 일 있어요?
걱정반 궁금반에 되묻는다.
“이런 일이!?”
그의 눈길은 컴퓨터 화면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뭐죠? 궁금해 죽겠네!
“글쎄, 우리가 며칠 전에 갔던 까페 있죠?”
-호텔 앞 어디어디 까페요?
“예예, 왜 브라질에서 왔다는 아줌마가 바- 스탠드 위에 올라가서 춤추고 난리법석 났던 까페 말입니다.”
-그런데요?
“그 까페 이야기가 ‘리베라숑’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났어요.”
-왜 춤추는 까페라고요?
“아휴!”
 한숨부터 몰아쉰다. 더 궁금하다. 그는 말한다.
“그 집이 벌써 몇 년전부터 행정재판에, 뻑- 하면 경찰이 무더기로 와서 난리법석을 치고 가는 까페였다네요.”
-어허?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이 춤추고 난리법석을 떨었나? 이판사판이라고?”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기는 하군요. 몇 달 전, 낮시간에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세무서에서 나온 것 같은 여성이 한쪽 테이블에 앉아 산같이 자료를 쌓아놓고 꼼꼼이 계산기 두들겨 가며 조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아하, 이 기사를 보니, 사회보장국 조사에, 경찰 조사에, 조사란 조사란 다 받고 있다는군요. 신문에 그렇게 났어요.”
-히야, 대단한 사람들이네. 우리 한국사람들 같으면 조사에 ‘조’짜만 나와도 와들와들일 터인데.
“인권변호사 같은 사람들이 재판에 재판을 계속한다는군요.”
-정말 대단하다! 왠만한 사람 같으면 문 닫고 가게 팔고 떠날텐데.
“좌파 일간지에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실렸으니, 끝도 없는 전쟁이 대단했고, 대단하고, 장차에도 대단하겠어요.”
-그렇지만, 프랑스 땅에서 장삿꾼이 경찰 사회보장성 국세청 조사 압력을 이겨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지요.
“그럼 이 사람들은 아직 뜨거운 맛을 못 봐서 이 난리일까요?”
-아하, 프랑스는 모든게 느릿느릿하지요. 그러나 확실히 챙길 것을 챙기는데는 박사 위의 대박사님들이십니다. 더구나, 행정당국이 까페 주인에게 당하고 그대로 넘어간다? 어림도 없는 이야기죠.
“그럼 어떻게 될까요?”
-자고로, 장발장 이야기가 하늘에서 떨어졌겠습니까? 프랑스가 인권과 민주주의 나라임은 분명하죠. 그러나 사실 또 돋보기 가지고 까페 주인쪽을 행정적으로 들여다 보기 시작하면, 철퇴를 내릴 수 있을 ‘껀 수’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은 거에요.
“어떻게 될까요? 이 사람들 친절하고, 순수하여 보이던데.”
-두고 볼 일이죠. 그러나 까페 주인이 행정당국을 손들게 하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할겁니다. 물론 법적재판에서는 이길 수 있을런지도 모르죠. 그러나 첫 판에 경찰이나 행정당국이 재판에 졌다고 호락호락 ‘응, 그렇구나!’ 하고 물러나겠습니까.
“그럼, 어떻게 되죠?”
-재판에 재판에 재판을 거듭하겠죠. 그러나 몇 년 후, 최후의 승리자는 결국 행정당국이 되는 겁니다. 그게 장사하는 사람과 공직조직 전쟁의 원칙이죠.
-무섭네요.
“프랑스, 무서운 나라죠. 그래서 이만큼 이룬 면도 있고, 그러니까 또 빈민지역에 사는 이민 2세 3세들이 폭동수준의 난동을 벌이는 면도 있고요. 영원한 전쟁이죠.
자, 이제 2011년 3월7일자 ‘리베라시옹’ 인터넷 사회면에 대문짝하게 실린 기사의 내용을 훑어 요약하여 보자.
-피에르씨 부부는 몽마르트르의 명동 ‘아베스’(Abbesse) 거리에서 까페 겸 식당을 운영하는 영업자이다.
이 거리가 명품 거리로 변화함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고객이 많아, 장사 걱정은 안하는 사정이다.
-그러나 까페 주인으로서의 단순한 삶이 전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지옥같은 전쟁의 시작은 2년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벌어진 상황 등은 가게에 설치된 방법용 비데오 기록장치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어 오늘도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그 내용을 훑어 볼 수 있다.
5월6일 새벽 2시26분, 떼로 몰려가던 젊은이들이 문을 두드려서 장사를 마치고 청소하던 손을 멈추고 문을 여니, “포도주 병따게 좀 빌려 달라”는 부탁이었다. ‘별 사람들도 다 있구나’, 하고 빌려 주는데, 이것이 몇 년을 끄는 행정재판의 실마리가 될 줄이야.
-그런데 하필이면 그 순간에 이 지역을 순찰하는 경찰차가 있었다. 이 모습을 목격한 경찰관 수명이 차에서 내려 몰려들며 관련법규 위반 딱지부터 떼었다. 죄목이 ‘까페 통금시간 위반 영업행위’이다.
이에 따라 8월중 9일간의 영업정지령이 떨어졌다. 행정당국과의 전쟁의 시작이다.
-까페 주인은 변호사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사 : “증인이 있었는가?”
까페 주인 : 있다.
변호사 : 경찰이 증인 심문을 했는가?
까페 주인 : 안했다.
변호사 : 이는 법 위반이다.
이리하여 경찰과 까페 주인의 전쟁은 2라운드로 접어든다.
몇 달 후인 2009년 11월9일, 까페는 셔터를 내렸으나 거리 테라스에 10여명의 고객이 남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때 나타난 순찰대는 본격적인 조사를 감행했다. 영업허가증 확인을 비롯한 갖가지 행정확인이다. 2장의 관련법 위반 경고장이 발부되는데, 첫째 죄목은 2번째의 영업시간 위반, 둘째는 소화기 유효기간 위반, 음료수 관련 위생법규 게시위반 이다. 상식적 기준으로 볼 때, 이는 가게하는 사람을 엿 먹이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바꾸어서 설명하면, 이 까페 주인을 전과자로 몰아서 마치 장발쟝을 다루듯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셈이다.
이렇게해서 까페와 경찰의 전쟁은 3막으로 접어드는데...
3차는 좀 더 가혹하다.
느닷없이 나타난 수 명의 경찰관들은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허가증 조사 등이다. 이 까페가 전과자 수준을 넘어서 상습 전과자로 넘어갔음이 확인되는 내용이다.
일명 ‘카우보이’로 불리는 콧수염의 경찰관은 프랑스인 남편과 인도 아내의 체류증을 확인하면서 인종차별적 언사에 해당하는 막말을 하는 것이 비데오 카메라에 잡힌다(사후 재판과정에 이 장면이 제출되는 것은 기본이다).
“벌벌- 떨지 마슈! 당신이 인도사람이라고 당신 체류증을 뺏아 가면서 당신을 불법체류자로 모는 악덕 경찰관은 아니니 말요. 여기는 (당신 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프랑스 땅이란 말요. 알겠어?(반말)”
배알이 틀리고 울화가 치밀고, 서러움에 복바친 까페 주인 부부는 ‘경찰을 감시하는 경찰’로 불리는 ‘내무부 진상조사단’에 억울함을 호소하게 된다.
이 호소장에는 몽마르트르 상인협회 공산당 소속의 상원의원, 사회당 출신의 18구 시장 등이 서명이 첨부되었다.
본격적인 전쟁의 제 4막이다.
이 복잡해진 일개 가게주인과 경찰의 전쟁은 좀 더 높은 상급기관의 조사단계로 격상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하는데, (울화통에 치를 떠는) 경찰의 반격 또한 점입가경이다.
3번째 상황으로부터 몇 달이 지난 2010년 4월24일, 무려 5대의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까페에 들이 닥쳤다. 자그마치 20명의 정복 경찰관이 들이닥친 것이다. 대거방문의 명분은 지난번 조사의 후속조치로 15일간의 영업정지 명령이 떨어졌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 영업한 죄목. 께페 주인은 파리 행정재판소장이 발부한 명령서를 경찰관에게 제시하며 계속 영업의 타당성을 주장했는데, 그 내용은 “(영업) 정지명령을 수일간 단축하여 모월모일부터는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였다. 아마도 최종 판결문이 주인에게만 배달되고, 경찰에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점이었던 모양이다.
이 희한한 전쟁의 자초지종이 아마도 이 동네 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사건이었던 모양으로, 기사는 ‘까페 손님들의 야유속에 경찰관들이 수모를 당하며 철수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로서 전쟁의 끝인가?
아니다. 천만의 말씀.
이로부터 반년이 지난 6개월 후인 10월, 사회보장국 탈세조사반이 들이닥친다. 전쟁의 제 5막이다.
5막은 좀 더 가혹하고, 좀 더 광범위하게 큰 규모.
또 다시 자그마치 17명의 경찰관의 출동이다. 이번에는 해당구역 파출소장까지 나타난 것이다. 주인은 말한다.
“주방장 보조인이 인도인이다. 하필이면 이 친구가 그날 체류증을 갖고 오지 않았다. 그는 ‘집에 가면 (체류증과 노동허가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연행했다. 물론 그는 신분확인 후 다시 방면되었지만.
사회보장국의 탈세조사 결과는 벌과금 7.451 유로. 이를 명목으로 경찰은 다시 두 달간의 영업정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한편 행정재판소는 11월18일, 까페 주인 피에르씨의 무죄를 판결했다.
그 이유중의 하나.
“불법노동자로 연행되었던 인도인에 대한 처사는 행정적 결격사항으로 분류될 실수가 있다. 그는 프랑스말을 못하고, 영어만 구사할 수 있는데, 경찰조사는 ‘언어불통을 사유로 연행했는데, 이는 관련법 위반이다. 통역을 대동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법규를 어긴 상황이 분명하다’이다. 법원은 행정조사 때 통역인 배석을 명시하고 있다.
바야흐로 상황은 제 6막으로 접어들고 있다.
다음 재판일은 2011년 4월5일 예정. 까페 주인을 위한 변호사는 말한다.
“경찰은 분명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이것이 이 재판의 초점이다. 2009년 11월9일 조사 때, 이 장면을 목격한 증인 10명을 법정에 내세울 것이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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