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7일 목요일

부동산 하락기 10계명

주택시장 침체가 깊어져서인지 이런저런 경로로 주택 매입매도에 관해 물어오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그래서 이 지면을 빌려 일괄적으로 답하려 한다. 이른바 부동산 대세하락기의 10계명이다. <문제는 경제다>에 실은 내용을 축약한 것인데, 책으로 이미 읽은 독자들께는 양해를 구한다.
1.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듯이 집을 사라. 이제 부동산도 다른 물건처럼 소득 대비 적절한 가격인지를 따져서 사야 한다. 비싸다면 깎기도 해야 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아직 살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2. 저금리라고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 사면 큰코다친다. 아무리 저금리라 해도 집값이 떨어지는데 다달이 수십만~수백만원씩 이자를 낸다면 ‘은행의 노예’일 뿐이다. 과도한 빚을 지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다이어트에 나서라.
3.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팔 때를 염두에 두라. 향후에는 고령화에 따라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그런 시대에는 부동산이 과거와 같은 환금성을 가지기 어렵다. 여윳돈 없이 부동산만 들고 있다가는 필요할 때 현금화하지 못할 공산이 커진다.
4.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면 비용이 발생함을 잊지 말라. 주택 가격이 오를 때는 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 부동산 보유에 따른 비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취득세, 재산세, 부채 이자 등 각종 비용이 점점 크게 와닿게 된다.
5. 소유보다는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돈 벌겠다는 욕심으로 빚을 잔뜩 진 채 낡고 비좁고 불편한 재개발 재건축 주택에 들어간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집을 자비로 수리하거나 많은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주택도 자동차처럼 활용하는 내구재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기획재정부가 국토해양부가 주장해온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주택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서초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겨레>자료사진
6.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뛸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라. 향후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부동산 구매력 감소로 이미 수도권 곳곳에서 예정된 물량만으로도 장기간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7. 고점 때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지 말라.(잠재적 매수자의 경우) 많은 이들이 고점 때보다 집값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집을 사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버블 붕괴 직후 집을 샀다가 이후 다시 집값이 몇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지역이 허다했음을 유념하라.
8.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동하지 말라.(잠재적 매도자의 경우) 실제 집값은 이미 5억원 아래로 떨어졌는데, 내 집값은 여전히 고점 때인 7억원이라는 식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아쉬운 마음이야 오죽할까만 정말 집을 팔고 싶다면 냉혹한 현실의 가격을 받아들여라.
9.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말라. 막대한 가계 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은 조그만 경제적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대세 상승기와는 달리 향후에는 거시경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에 접근해선 안 된다.
10. 한국 언론 대다수는 일반가계 편이 아니라 광고주인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 부동산 부자들 편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 그들은 집이 오르나 내리나 늘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거기에 현혹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 트위터 @kennedian3

2012년 5월 1일 화요일

채식주의 실천해 보니...



채식 열풍이 불고 있다. 가수 이효리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채식 선언이 잇따르고, 채식을 권장하는 각종 서적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채식을 하다간 좌절하기 십상. 기자가 직접 채식에 도전해 봤다.

◇무심코 덤볐다가 "채식이 아니라 다이어트"핀잔만

내 사전에 '풀만 먹고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동물과 환경도 좋지만 '고기없는' 식사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딱 1주일간 채식체험을 해보라"는 권유 아닌 권유가 들어왔다.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동안 안 한 것이지 못한 게 아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처음에는 욕심을 부렸다. 고기와 달걀, 유제품 등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완전 채식 '비건(Vegan)'을 표방했다. 

첫날인 지난 24일. 급하게 나오느라 아침을 못 먹었다. 편의점에서 연두부와 두유로 배를 채웠다. 점심은 바나나와 두유, 연두부로, 저녁은 고구마 3개와 키위 1개로 해결했다.

친구에게 "지금 채식이 아니라 다이어트 하냐"는 핀잔을 듣고 나서야 '아차'싶었다. 평생 이렇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채식 이틀째부터 현미밥, 양배추 쌈, 버섯, 브로콜리 등 그럴싸한 식단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문제는 저녁 회식. 다 같이 자유롭게 먹는 분위기에서 회 한 점의 유혹은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생선과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Pesco)로 노선을 바꿨다.

어려움은 계속됐다. 채식 사흘째 저녁에는 한 음식점에서 버섯전골에 고기가 들어가는 지, 동물성 조미료가 들어가는 지 물어보다 주인에게 '한 소리' 들었다. 결국 다른 음식점으로 이동해 고기와 달걀 고명을 뺀 비빔밥을 주문했다.

요구사항이 긴 주문을 끝내자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돌아온 것은 까탈스러운 사람 취급.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런 불편함은 채식을 하는 일주일 내내 따라다녔다.

◇가계부 써보니…간식 값은 더 들지만 식비는 줄어
사실 마지막까지 채식체험을 망설이게 한 요소는 '식당'과 '비용' 문제였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할 식당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있을까 우려했다. 채식식당을 가면 일반식보다 훨씬 비쌀 것 같아 두려웠다. 게다가 야채 값이 부쩍 올랐다는 소리에 지갑이 걱정됐다.

예상과 달리 채식체험 1주일간 식비는 오히려 끼니 당 1000원에서 2000원정도 줄었다. 식당에서 사먹는 데도 이 정도라면 집에서 직접 채식식단을 짜서 해먹을 경우 식비는 더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같은 음식을 소고기나 돼지고기 대신 콩단백이나 버섯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 먹다보니 원재료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이점도 있다.

채식 전문식당에서는 콩까스에 현미밥과 피클, 브로콜리 등을 곁들여 먹고 5900원을 냈다. 단순히 채식식당은 비쌀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일반 돈가스 전문점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후식'. 평소에는 식후 1000원짜리 초코바나1200원짜리 딸기우유를 꼭꼭 챙겨먹었던 터라 허전한 입을 달랠 길이 없었다. 

채식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채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견과류를 간식으로 먹으면 공복감에 좋다'는 추천을 받았다. 

대형마트를 찾으니 호두 150g짜리 한 봉지의 가격은 5280원. 건자두는 300g짜리 한 봉지가 3680원이었고 유기농의 경우, 160g짜리가 4180원이었다. 

갑자기 늘어난 간식비용에 당황했다. 채식 중인 지인이 "채식생활을 하다보면 간식에도 저절로 손이 덜 가게 되니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위로했다.

◇해 볼만한 채식, 문제는 배려없는 사회
결론적으로 말하면 생애 첫 채식 도전은 실패에 가까웠다. 몸무게 변화도 저울 눈금이 0.5Kg 정도 내려가는 데 그쳤다. 하지만 채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과식을 하지 않게 돼 속이 편했다. 소화도 빨랐다.

평소처럼 자유롭게 먹은 것은 아니지만 채식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허술한 점이 많았다. 사전 준비 없이 막무가내로 채식을 시작한 탓에 균형 잡힌 식단은커녕 하루 종일 '먹을거리 고민'에 빠져 살았다.

하지만 외식과 비용 문제는 기우였다. 채식인들이 가진 '진짜' 고민은 배려가 없는 사회였다. 어떤 재료로 어떤 조미료를 사용해서 만들었는지 표기되지 않은 메뉴를 볼 때마다 일일이 물어봐야 하는 고충이 상당했다.

페스코 채식인 양모씨(23·여)는 "사회 전반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양씨는 "대만의 경우 음식점 메뉴판에서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 옆에 나뭇잎 표시를 해둔다"며 "국내 일반 음식점은 대부분 동물성 식재료 사용 여부에 대한 표기나 구분이 없어 메뉴를 고를 때마다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에는 현재 약 1% 내외의 채식인들이 있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제한적으로 채식을 실천하는 채식인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원복 한국채식협회 대표는 "점차 채식주의자가 늘고 있지만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환경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학교 급식은 육류 위주이고 직장인 식당가에도 채식 메뉴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